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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ㆍ경영서 돋보기]쌀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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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ㆍ경영서 돋보기]쌀과 민주주의

입력
200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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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민주주의천규석 지음

녹색평론사 발행ㆍ8000원

쌀과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1965년에 귀농해 농민운동을 하고 있는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가 우리 쌀농사를 스스로 지키고 지어야 할 1차적 이유는 우리 자신의 경제적 자립과 주권을 지키는데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문화적 자주와 정치적 자치를 지키는데 있다.

무엇보다 쌀은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열량을 생산해주는 식량작물로서 오늘날 우리 민중들을 이렇게 자손번성하며 살아남게 해준 민중사회의 생태적ㆍ경제적 기초다.

동시에 쌀은 우리 문화의 정체성 자체다. 쌀은 우리의 음식문화의 정체성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의 토착적 전통문화치고 쌀과 무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쌀의 생태적ㆍ문화적 조건들이 이 땅에 소농경제와 그 두레의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정치적 자치와 문화적 주권을 지킬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오늘날 근대화 도시화 세계화 등의 중앙집권력이 날로 비대해갈수록 그만한 지역 자치성도 허용하지 않고 송두리째 파괴시켜가고 있다. 쌀은 우리 지역자치의 마지막 보루요, 지역주민들의 자존심이다. 쌀을 지키는 것은 생명주권을 지키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 자치 민주주의의 뿌리를 지키는 것이다’ 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쌀은 자립ㆍ자주적 삶과 자치 민주주의를 위해 지켜가야 할 귀중한 생명 문화이며, 우리 쌀을 지키는 것은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사회운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논리는 ‘작고 개방된 체제’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으로 보아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쌀과 민주주의를 연관시키는 논법은 경청할 만 하다.

신행정 수도에 대해 저자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농지 파괴를 가속화할 뿐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이다.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은 이전이라기보다 사실은 이미 수도권화하고 있는 충청권의 수도권 편입을 확실하게 확장 시킴에 다름 아니다. 서울과의 출퇴근이 가능한 이 지역으로의 수도 이전은 그래서 에너지 낭비적인 통근 거리와 통근 인구만 늘릴 것이다.

서울 과밀화 해소의 열쇠는 수도 이전이 아니라 지방분권에 있고, 지방분권은 행정수도 이전이나 몇 개의 중앙정부기구를 지방에 분산하는 대통령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가 지역자치임을 자각한 지역주민의 결단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불러올 가장 가슴 아픈 문제는 그것을 위해 2,100만평이 넘는 농지와 자연생명들이 또 죽임과 파괴를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쌀시장 개방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쌀의 개방은 몇 천년동안 쌀에 의존해서 삶의 공동체를 꾸려온 자치적 민중의 삶을 말살하고 파괴하는 반민주적 폭력이라고 단언한다.

쌀 시장 개방은 이제 관세화든, 관세화 유예 등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농민운동가의 시각에서 본 쌀문제는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상호/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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