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산의 한국 이탈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극심한 내수 부진을 앞장서 타개해야 할 부유층이 국내에서는 지갑을 열지 않고, 해외 소비를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내수는 더욱 위축돼 불황이 더 심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할까 걱정된다.부유층이 국내 소비를 꺼리는 것은 한마디로 국내에서 돈 쓰기가 불안하거나 불편하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적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 이들이 국내소비를 하지 않는 이유다. 저금리에 주식시장 침체, 불안한 사회 분위기 등이 겹쳐 자산의 효율적 관리 차원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얼마 전 내수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자녀 유학비, 관광 등 해외 지출을 지적했다. 소득 증가가 미미한데도 교육 등 불가피한 지출이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가 이를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해외 여행, 유학·연수 경비, 증여성 송금 등으로 해외로 빠져 나간 개인 자금이 올 들어 5월까지 10조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1% 늘었다. 또 해외 이민자들의 국내 재산 반출 금액은 올 들어 8,099억원으로 작년보다 27.3% 많았다. 미국 LA나 뉴욕,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국내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이런데도 국내 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최근 올해 투자 증가율이 2000년과 비슷한 6%에 그칠 전망이라며 미래 우리나라의 성장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부유층과 기업이 국내에서 안심하고 투자하거나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들이 왜 밖으로 돈을 내보내야만 하는지 진지하게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