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영자씨의 아버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일 술만 마셨다. 생계도 어머니가 꾸려나갔다. 낮에는 행상을 하고, 밤에도 일을 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돈을 벌어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다. 그제서야 아버지가 이틀이거나 사흘에 한번 꼴로 일을 나갔다. 전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고 와 아내에 대한 원망으로 아이들을 때렸다.삼년 후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어머니는 재가를 했고, 아버지는 아이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쯤에야 아버지가 아이들을 놓아주었다. 새 아버지가 너무도 좋은 분이어서 뒤늦게 그녀는 가족의 사랑과 부모의 사랑을 동시에 배우고 느꼈다.
그런 영자씨가 요즘 마음이 많이 아프다. 처녀시절 직장으로 찾아온 아버지를 다시 찾아오지 못하게 매정하게 대했다. 한번 그러면 계속 그럴까 봐 더욱 매정하게 대했다. 이제는 자신이 먼저 아버지를 보고 싶은데 어디에 사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같은 마음 속의 화해도 이미 오래 전에 이루어졌는데, 그 자리에 아버지가 없다며 영자씨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찾아봐야죠. 아버지는 어떤 경우에도 아버지거든요."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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