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의 일이다. 장소는 이춘연(영화인회의 회장)씨 상가인 서울아산병원. 강우석 감독과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가 언쟁을 벌였다. 말이 '언쟁'이지 그날 현장을 지켜본 영화인들의 얘기로는 차 대표의 일방적인, '속이 후련한' 비판이었다.12년 전 '미스터 맘마' 때는 감독(강우석)과 제작부장(차승재)으로, 한때는 플레너스란 회사의 같은 식구로서 일한 마흔 네 살의 동갑내기.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당신'이란 격한 호칭을 써가며 언쟁을 벌였을까. 언쟁의 초점은 프리머스시네마 소유권을 놓고 최근 불거진 강우석과 CJ엔터테인먼트의 갈등(한국일보 21일자 C7면 보도, CJ는 강 감독이 3년 후 자신들에게 재매각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투기자본을 끌어 들여 비싼 값에 되팔려 한다고 주장하고, 강 감독은 CJ가 프리머스까지 확보해 영화산업을 독점하려 한다는 것)과 그에 대한 영화인들의 처신이었다.
강우석 감독을 너무나 잘 알고있는 차 대표로서는 "그의 속셈을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고, 또 그의 돈 위력 앞에 양심까지 파는 영화인이나 영화단체의 짓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였다"고 한다. 차 대표는 먼저 "한국영화계의 독점 핑계대지 마라. 과거 외국투자펀드인 워버그 핑거스를 끌어들인 것처럼, 뉴브릿지캐피탈(대표 박병무)의 500억원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프리머스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 불과 6개월 전 쇼박스나 CJ와 결합하려 할 때는 '강력한 한 군데가 있어야 다른 데가 좋은 조건으로 프로덕션을 끌어들인다'고 하지 않았느냐.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독점을 거론하며 말을 바꾸지 말라"라고 쏘아 붙였다.
그의 날카로운 비판은 계속됐다. "이 문제는 사적인 것이다. 여론을 사익을 위해 움직이지 마라. 뉴브릿지캐피탈 돈 받으려면 당신 재주로 해결해라. 충무로 파워 1인자라면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짓 하지 마라." 차 대표의 이 말에는 영화제작가협회, 아니 그 가운데 이춘연 김형준 등 일부 회원이 전체 동의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것도 중립적이어야 할 영화인들의 모임인 영화인회의의 일개 사무국장이 작성한 항의성명을 CJ에 보내려 한 것에 대한 비판도 깔려 있었다. 실제 이준동 이승재 등 일부 회원들이 항의했고, 그러자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차 대표의 공격이 계속되자, 강우석 감독은 "지금 상황이 위기다. 애들(시네마서비스 직원)도 다 도망갔다. 프리머스를 끼고 가야 힘이 있어 제작, 배급을 할 수 있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차 대표의 반격이 가해졌다. "다 당신 업이다. 투자자와 프로덕션의 수익비율을 8대2로 해서 프로덕션을 죽인 사람이다. 작품연동제(한 작품에서 적자가 나면, 다음 작품에까지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로 '실미도' 만든 김형준 한맥대표도 돈 한푼 못 건졌다. 그게 파워 1인자가 할 짓이냐. 사람 떠나는 게 당연하다. 전횡을 부리지 말고 좋은 모습으로 퇴장해라. 노추(老醜)가 되고 싶냐."
당황한 강우석 감독과 그 일행이 먼저 자리를 뜬 것은 당연. 마지막 강 감독이 남긴 말은 "그렇다는 소수의견도 있다고 하자"였다. 그러나 차 대표의 말처럼 이번 프리머스 사건과 강 감독에 대한 비판이 어디 소수의 생각과 의견일까. "영화에서 번 돈 미련 없이 영화에 모두 쏟아 붓고 간다"고, "그래서 돈 버는 것 욕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강 감독. 이제 그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평소 과묵하고, 주변에서 누가 강 감독을 욕해도 감싸주던 차 대표의 예상 밖의 거침없는 이번 공격이 증명해 주고 있다.
박병무가 대표, 강우석이 이사로 있던 플레너스에서 독립하면서 싸이더스 부채 110억원을 고스란히 떠안고 나왔지만 "나는 군말 없이 열심히 일해, 좋은 영화 만들어 다 갚았다"는 차승재. 그러기에 더욱 더 강우석 감독과 그에 동조하는 일부 영화인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용서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이대현 문화부장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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