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김선일씨 피살사건'조사는 결국 처음부터 지적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감사원은 28일 국회 '김선일 국정조사' 특위에 조사진행상황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명쾌하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그나마 감사원 조사결과의 알맹이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김씨를 구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구출 노력이 극히 허술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김 씨가 납치된 뒤 지난달 1일 가나무역에 고용된 이라크인 여성 변호사에게 김씨의 실종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변호사가 직접 무장단체와 접촉하지 못한 가운데 중재자 H씨를 통한 간접 협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 관계자는 "변호사가 인질협상 경험이 없고,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중동의 특성을 감안할 때 충분한 역할에 의문이 드는데다 보수에 대한 약정도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번 조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부 등 정부 관계기관이 김씨 피랍사실을 조기에 인지했는 지 여부에 대해선 "당국이 알았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예상된'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김 사장이 군납사업 유지 등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준 전시 상태인 이라크의 현지 조사까지 강행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감사원으로선 김 사장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를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다. 감사원이 김 사장에 대해 김씨 유기치사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이 같은 스스로의 한계를 사실상 자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감사원은 미국 AP통신 기자로부터 김씨 실종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은 외교부 직원에 대해서도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이번 조사로 정부만 면죄부를 받게 됐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또 김씨를 살해한 무장단체가 종교적 문제를 살해 이유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이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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