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중앙·춘천법원장 사의 "파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중앙·춘천법원장 사의 "파장"

입력
2004.07.29 00:00
0 0

28일 강병섭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대법관 인사 절차와 외부 영향으로 인한 판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자 법원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대부분의 일선 판사들은 "할 말이 없다"고 답을 피했고 지난해 8월 대법관 인선파문 당시 연일 판사들 사이에 치열한 논박이 벌어졌던 법원 내부통신망에도 사태와 관련한 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해와 사뭇 다른 이런 분위기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모두가 혼란스러운 데다 명확히 비판을 제기할 상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며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강 법원장이 비판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입장은 판사들 사이에서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강 법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은 구체적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제한할 수 없다"며 "일부 시민단체의 의견이 그대로 인사기준이 된다면 대법관 인사는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재판의 독립이 과거에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었지만 요즘에는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더 중요해졌다"고도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도 "소위 개혁이라는 것이 나이든 사람들에게 모두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런 점에서 상당수 부장판사들이 (강 법원장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판사들이 참여하는 '우리법연구회' 소속 소장판사는 "지난해에는 밀실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했는데 이번 인사 역시 법원 전체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져 관행을 깨는 인선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강 법원장이 비판한 후보 공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판결이 여론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판사 개인이 다른 소신을 가지고서도 수십년간 대법원 판례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권위적 분위기에 눌려 지냈다"며 "전향적 판결은 이런 분위기에 대한 저항"이라고 해석했다.

재경 지법의 한 초임 판사는 "사법연수원에서 배울 때는 '법관은 법으로만 판단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최근 사태를 보면 정치도 고려해야 하는가 싶어 혼란스럽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