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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남의 보험이야기/네스湖 괴수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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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남의 보험이야기/네스湖 괴수 보험

입력
200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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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사람은 연쇄 살인 피의자였다. 자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부유층 노인과 여성을 살해한 희대의 엽기 사건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무려 10여차례 이상 살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제보에 의해서 피의자가 검거되는 데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비단 이번 사건 만이 아니라 과거 화성 연쇄 살인 사건, 개구리 소년 사건, 그리고 서울 서남부 지역 여성 살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역시 이번 사건에서처럼 결정적인 제보가 필수적이지 아닐까 싶다. 미제 사건의 제보자에게 수억원, 아니 수십억원의 현상금을 내건다면 당연히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신빙성 있는 제보도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미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바로 범인을 검거해 제보자에게 현상금을 지급할 ‘위험(?)’에 대비해 ‘컨틴전시 보험(사건 보험)’을 드는 것이다. 적은 보험료만 낸다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 수 있는 것이다. 단 이러한 보험을 인수할 보험사가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말이다.

영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호수 네스호(湖)에는 예부터 괴물 네시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서기 560년 무렵 아일랜드의 수도승이 목격했다는 이후로 이 괴물을 본 사람이 여러 명 나타나면서 과학적인 탐사까지 이뤄지기도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네스호에 괴물이 있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한 위스키 회사에 이에 대해 보험을 들었다. 커티삭 위스키사가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사는 괴물을 잡는 사람에게 100만 파운드를 드린다’고 선전하고 나선 것. 이른바 ‘괴수 보험’이었다. 이 보험을 인수한 곳은 로이드보험사였다.

위스키회사는 누군가 괴물을 잡았을 때 100만 파운드를 지불해야 하는 위험을 담보로 보험을 들었고, 로이드보험사는 괴물의 포획 가능성을 400만분의 1로 계산했는지 28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받고 이 보험을 인수했다. 물론 기한 내에 괴물은 포획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위스키 회사는 적은 경비로 엄청난 판매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위험이 있다고 해도 이를 측정할 수 있어야 성립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대수의 법칙(The Law of Large Numbers)이다. 과거의 많은 경험을 토대로 장래에 일어날 위험을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네스호의 괴물 네시는 과학적으로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로이드 보험사가 인수한 괴수보험은 보험의 대상이 되는 위험을 측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위험이 없는 만큼 보험도 존재할 수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과학적으로는 괴수를 포획할 확률이 없어도 고객인 위스키회사는 괴수 포획의 확률이 있다는 의견이므로 고객의 의견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것이 로이드 보험사의 설명이었다.

서병남 인스밸리 대표 suh4048@InsVall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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