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캔디가 한 번 잘 해볼랍니다.”8월2일 첫 방송하는 SBS 아침드라마 ‘선택’(극본 정지우, 연출 김경호 장태유)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는 심혜진(37). 첫 인사부터 시원시원하다.
27일 제작발표회에 함께 참석한 상대역 이종원이 고작 두 살의 나이차를 강조한 데 발끈해 던진 우스갯소리였지만, ‘나이든 캔디’는 그가 맡은 여주인공 오정민 역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민은 아버지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후 세상을 뜨면서 대학 중퇴하고 가장노릇을 했고, 결혼해서도 귀가 얇아 번번이 사고를 치는 남편(김상중) 때문에 늘 속을 끓이며 산다.
하지만 “괴로워도 슬퍼도 늘 웃으며 모든 걸 사랑으로 감싸 안는” 여자다. 그런 그녀 앞에 첫사랑 성태완(이종원)이 사업가로 성공해 나타나면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도회적인 이미지에다 주로 자기주장 강한 배역을 맡아온 심혜진에게는 다소 의외의 변신이다. 그녀는 이미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는 듯 “원래 제 성격은 (오정민처럼) 이래요. 딱 제 역할을 맡은 거죠”라며 껄껄껄 시원스럽게 웃어젖힌다.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아침드라마를 택한 까닭은 뭘까. 사실 이런 물음에는, 딱 까놓고 말하자면 ‘아침드라마는 미니시리즈나 주말연속극보다 한 등급 아래 아니냐’는 뜻이 담겨 있다.
그녀는 솔직했다. “청춘물은 어차피 못하는 것 아니에요? 결혼을 안했다 뿐이지 저도 이젠 아줌마예요. 친구 딸이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인데. 헬스클럽 다니며 보니 30, 40대 이상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아침드라마가 최고, 그 다음이 일일연속극, 미니시리즈에요. 그분들이 ‘심혜진씨, 우리도 좀 보게 아침드라마에도 나와’ 하시더라고요.”
그녀는 이어 “나이가 들어서인지, 생활과 연기를 딱 구분하지 못하는 성격 탓인지, 이제는 실제 생활까지 축 늘어지는 칙칙한 작품이 싫다”면서 “‘선택’은 불륜이 주류인 여느 아침드라마와 달리 밝고 경쾌해서 보는 분들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종원과는 오래 전 CF 몇 편을 함께 찍었지만 연기 호흡은 처음. 이종원이 ‘젊은이의 양지’ ‘청춘의 덫’에서 현재 출연 중인 ‘애정의 조건’까지 줄곧 ‘악역’을 맡은 것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자, 그녀는 “저도 성질이 못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참 어설프고 착하고 정 많은 사람이다. 극중에서도 약혼녀 도희에겐 쌀쌀맞지만 내게는 더없이 자상하다”고 편을 든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맡으며 5년 가까이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 ‘심혜진의 씨네타운’과 EBS 공연 프로그램을 정리했다.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지 못하는 성격 탓”이라고 말했지만, 그만큼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와 쏟는 열정이 남다른 듯 보였다.
실제 극중 상황에 놓인다면 철없는 남편과 멋진 첫사랑 중 어느 쪽을 택할까. “글쎄, 생각 안 해봤는데…. 아무리 못난 남편이라도 데리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여전히 결혼은 관심밖이라기에 연애, 혹은 사랑에 대한 생각을 묻자 “삶의 엔도르핀 같은 것”이라고 답한다. “지금 엔도르핀을 주고 받는 사람이 있냐고요? 물론 있죠.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