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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졸업장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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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졸업장 장사'

입력
200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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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자영업자 정모(61)씨. 평소 부족한 학력이 마음에 걸렸던 정씨는 2002년 초 주변사람을 통해 전남 S전문대 강모(39) 교수를 소개받았다. 강 교수는 정씨에게 선뜻 대학 입학에 필요한 중·고교 졸업증명서를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정씨는 수수료 명목으로 800만원을 건넸다. 이 돈은 강 교수를 통해 서울 강서구 S중·고등학교 김모(71) 교장에게 전달됐고, 정씨는 2002년 2월 어엿한 졸업증명서를 받아 S전문대에 입학했고 올 2월에는 대학 졸업장까지 손에 쥐었다.

정씨에게 가짜 졸업장을 만들어 준 김 교장은 전과자 등 소외계층의 교육사업에 평생을 바쳐 널리 알려진 인물로 현재 청소년보호위원회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김 교장의 졸업장 장사는 2002년 2월 주변의 부탁에 의해 시작됐다. 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다른 사람을 끼워넣는 수법으로 6명에게 가짜 졸업증명서를 내줬다. 이후 김 교장의 수법은 더 대담해져 중간 모집책 손모(49)씨 등 2명을 통해 종교 월간지 등에 광고를 내 졸업장이 필요한 '학생'을 모집했다.

이렇게 해서 올 2월까지 가짜 중·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발급해 준 사람은 모두 56명. 이 중 17명은 S전문대 등 9개 대학에 입학했다. 주로 40∼50대 장년층인 이들 중에는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권모(53)씨, 현 구의원, 종교인, 공무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에게서 1인당 100만∼800만원씩 총 2억4,000여만원을 받은 김 교장은 경찰 조사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찾아와 사정해 딱한 마음에 들어주게 됐다"며 "돈은 학교 운영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S중·고교는 교육당국의 감사를 받지 않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지정돼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학교는 형식적인 장학지도만 1년에 1∼2차례 받았을 뿐"이라며 "1999년 평생교육법에 의해 지정된 이런 시설은 전국에 42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평생교육시설 대부분이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점도 관리나 처벌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7일 김 교장을 대학입학전형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교무과장과 중간 모집책, 이 학교에 일반인들을 소개한 뒤 대학에 입학시킨 S전문대 교수 및 직원, 허위 학력으로 대학에 입학한 17명 등 모두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허위 학력 취득자 명단을 교육인적자원부 및 해당 9개 대학에 통보했으며 다른 평생교육시설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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