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길 국방장관이 남북 해군 간 교신 보고 누락사건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27일 전격적으로 장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끊임 없이 터졌던 군 관련 대형비리 사건과 김선일 피살 사건 등 적지 않은 악재 속에서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라인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켜왔던 조 장관은 "책임질 때 책임지는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이날 오후 2시 예정에 없이 기자들을 장관실로 부른 조 장관은 "이번 사건으로 국민에게 송구스럽다. 군 지휘부가 매사에 명쾌한 지침과 판단력으로 임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는 사과로 발언을 시작했다. 조 장관은 이어 "앞으로도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 군과 국민, 언론이 다같이 국가안보를 위해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고 말해 자신에게 올무가 돼버린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의 가연성을 짚고 넘어갔다.
"지난 17개월 간 공도 있고 과도 있었다. 이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사퇴의사를 밝히는 순간 조 장관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렸다. 그는 "40년을 군인으로 살았고 마지막으로 군에 봉사하고 떠나는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군 내에서는 이번 사건 이후 조 장관의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막상 사의표명이 이뤄지자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조 장관은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거취 문제는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의욕을 보였는데 오후 들어 바로 사퇴를 표명해 어안이벙벙한 느낌"이라며 "군 최고 책임자의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청와대와 정치권의 기류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27일 참여정부 첫 국방장관에 발탁된 조 장관은 육사가 아닌 갑종(172기) 출신으로 군 최고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1962년 임관한 그는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과 2군단장, 2군사령관, 합참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군사력 건설분야의 전문가로 입지를 굳혔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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