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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나]<30>탐험가 허영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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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나]<30>탐험가 허영호씨

입력
200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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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험은 1982년 마카루 정상 정복, 마나슬루 무산소 등정(83년), 동계 에베레스트 등정(87년) 등에 이르기까지는 계속 수직 이동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등정을 기점으로 수평이동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91년 북극점 원정을 성공리에 마치자 탐험의 목적이 변하기 시작했다. 93년 나는 "7대륙 최고봉이냐, 8,000m 정상이냐"를 놓고 고민하다 그 때까지 누구도 도전한 적이 없는 남극점 북극점 에베레스트 등 3대 극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첫번째 목표로 남극점을 잡았다. 하지만 당시 해외원정을 떠나려면 경비가 많이 필요했고, 스폰서 찾기도 힘들었다. 3억원이 넘는 남극점 원정경비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 나를 격려해준 분이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다.

"경비가 없다"는 말에 장 회장은 "무슨 소리야, 할 수 있어. 허 대장, 남극 탐험 당장 시작해"라며 격려했다. 그렇게 한국일보사의 도움으로 남극탐험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남극점을 향하는 동안 닥친 그 혹독한 시련을 견뎌낼 수 있었다.

94년 새해가 밝았다. 두께 2,500m가 넘는 얼음 위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1월10일 드디어 남극점에 태극기를 꽂았다. 난 승환, 재춘, 성택 등 대원들과 악수하면서 벅찬 가슴에 울고 말았다. 이렇게 인류 최초로 남극점 북극점 에베레스트 등을 모두 '극점'까지 가 보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친 김에 남극대륙 최고봉인 빈슨 매시프 정상까지 올라가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하고 싶었다. 한국일보사는 그 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일보사가 한 사람의 탐험가를 열렬히 응원해준 덕에 95년 빈슨 매시프 정상에 태극기가 꽂혔다. 한국인이 오르지 않은 마지막 7대륙 최고봉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순간이었다.

한국일보사는 남극점 정복 뿐 아니라 7대륙 최고봉 정복까지 나와 함께 해주었다. 도전이 무엇인지, 탐험이 무엇인지, 변화가 무엇인지를 한국일보사는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며 국민에게 알린 개척자였다.

요즘 우리 사회에 "산에 가지 마라, 물에 가지 마라"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산에 가라, 물에 가라"고 적극적으로 외치는 목소리가 아쉽다. 세상을 높고 넓게 보려면 오직 도전과 탐험정신이 있어야 한다. 한국일보사와 더불어 헤쳐왔던 '탐험의 추억'이 지금 그리운 까닭이기도 하다.

에드윈 피어리의 북극점(1909), 로알드 아문센의 남극점(1911), 에드먼드 힐러리의 에베레스트(1953) 정복처럼 인간은 거대한 지구 안에서 가장 자연환경이 혹독한 곳을 차례차례 탐험해왔다. 인간의 모험은 누구도 개척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 그 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때문에 오히려 의미를 갖는다. 누구보다 먼저 탐험정신을 발휘한 한국일보사가 앞으로도 계속 그 정신을 확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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