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보스턴에서 개막한 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은 하나가 됐다. 연단의 연사나 단 아래의 대의원들, 관중석의 초청인사 등 보스턴 플릿 센터를 가득 메운 2만 여명의 민주당원들은 한목소리로 "차기 대통령, 케리"를 외쳤다.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민주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은 29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앞둔 존 케리 상원의원이 자신들의 길을 따르기를 기원했고, 앨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대선 패배의 설욕을 당부했다.
청중의 환호 속에 등단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개막식의 밤을 흔들어 놓았다. "그들은 쪼개긴 미국을 원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책임과 기회를 공유하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미국을 세우기를 원한다."클린턴 전 대통령이 특유의 달변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공격하자 실내는 당원들의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메워졌다.
클린턴은 케리 의원을 미국을 이끌 준비된 지도자로 치켜올렸다. 그는 "미국이 전쟁터로 갔을 때, 전쟁의 상처로부터 치유를 원했을 때, 케리는 언제나'나를 보내라'고 했다"며 '케리 띄우기'에 앞장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때 현재의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은 베트남에 갔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집안 좋은 케리는 베트남을 피할 수 있었지만 대신 '나를 보내라'고 외쳤다"고 덧붙였다. 청중들의 환호와 박수가 워낙 크고 계속 이어져 한동안 그는 연설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을 소개하는 역할은 그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맡았다. 힐러리 의원은 "재직 8년 동안 미국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준 지도자"라며 클린턴을 소개했고 등단한 클린턴은 다정한 포옹으로 화답했다.
힐러리 의원은 클린턴 소개에 앞서 연설을 통해 "미국은 케리를 필요로 한다"며 "그는 심각한 시기에 진지한 일을 맡을 진지한 지도자이자 불안한 시기에 미국을 이끌 최고사령관"이라고 역설했다. 힐러리 의원은 어쩌면 2008년 자신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두고 경합할지도 모르는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케리의 러닝메이트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을 대표하는 지도자"라고 말해 박수를 끌어낸 뒤 클린턴 부부는 연단을 교차하면서 포옹을 나눠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앞서 카터 대통령은 "일방주의적 행동과 요구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우리와 합할 수 있는 나라들로부터 미국을 고립시켰다"며 부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겨눴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신 앨 고어 부통령은 이날은 더 이상 실패한 대통령 후보가 아니었다. 그는 민주당원들에게 플로리다 재검표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켰다. 플로리다의 분노를 완전하게 2004년 투표장으로 이어가 달라는 그의 주문에 플릿 센터는 또 한 차례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보스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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