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늑대의 유혹' '분신사바' '킹 아더'….영화가 속속 만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로맨스 파파'(이영란), '아일랜드'(윤인완 양경일), '블루엔젤'(이현세), '오디션'(천계영), '풀하우스'(원수연)처럼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미 옛말. 최근에는 한국영화의 강세와 만화시장의 침체가 맞물려 정반대로 흥행 영화가 동명 만화로 제작되거나 비슷한 내용의 관련 만화로 출간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게 최근 1, 2권으로 완간된 만화 '태극기 휘날리며'(능인 발행). 1,100여만명이 본 강제규 감독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삼아 이근씨가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에게 전쟁이 얼마나 많은 것을 파괴하고 빼앗아 가는지, 형제간의 우애와 가족간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학습만화 형식으로 그려졌다. 만화 출간과 함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포스터가 인쇄된 티셔츠를 선물로 주는 등 만화홍보도 철저히 영화의 후광효과를 노렸다.
23일 개봉한 김태균 감독, 강동원 조한선 주연의 '늑대의 유혹'도 동명만화(문나영 글·그림, 행복한 만화가게 발행)로 만들어졌다. 영화 개봉 나흘 전에 제1권이 출간된 만화는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이 원작. '태극기 휘날리며'와 마찬가지로 만화 겉표지에 붙은 홍보문구도 영화에 의지했다. '영화 늑대의 유혹, 절찬 상영중!!'
8월6일 개봉하는 안병기 감독, 김규리 주연의 공포영화 '분신사바'는 키딕키딕, 파란나라, 이가서 등 무려 3곳의 출판사에서 동명만화로 만들어졌다. 영화와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영혼을 부르는 주문 '분신사바'를 소재로 해 영화개봉에 맞춰 출간됐다. 이 가운데 이가서의 '분신사바'는 영화 '여우계단'의 시나리오작가 이신애씨가 직접 이야기를 썼다.
이밖에 무술인 최배달의 청년시절을 그린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개봉(8월12일)을 앞두고는 역시 최배달의 삶을 그린 일본만화 '무한의 파이터'(학산문화사 발행)도 나왔다. '킹 아더' 개봉에 맞춰서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라는 만화가 각각 비룡소와 사회평론에서 출간됐다.
이처럼 영화가 소설이 아닌 만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최근의 영화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했거나('늑대의 유혹' '분신사바'), 아이들을 대상으로 역사공부를 시킬 수 있기('태극기 휘날리며' '킹 아더') 때문. 소설보다 만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겨냥한 것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8,000부가 팔리면 대박일 정도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만화시장이 그나마 돌파구를 찾으려 흥행영화를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계간만화' 발행인인 이재식 씨앤씨레볼루션 대표는 "예전에도 일부 만화는 인기 드라마나 영화, 소설을 혼성 모방해 다른 이름으로 출간됐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원작을 그대로 드러내야 더 잘 팔리기 때문에 영화를 원작으로 삼거나 영화와 같은 이름의 만화가 잇따라 출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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