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 MBC, SBS 3사가 방영하는 수목 드라마는 전부 합쳐서 1개밖에 없다. KBS 2TV ‘풀하우스’와 MBC ‘황태자의 첫사랑’, 28일 첫 방송하는 SBS ‘형수님은 열 아홉’의 유사성을 비꼬는 말이다.방송사와 연기자, 연출자, 작가는 물론 스토리와 상황설정이 다른 세 편의 드라마를 두고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세 드라마에는 한결같이 ‘싸가지 없는’ 왕자들이 사랑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풀하우스’에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내키는 대로 말하는 아시아 톱스타 영재(비)가, ‘황태자…’에는 거만함으로 똘똘 뭉쳐진 세계적 리조트체인 클럽 줄라이의 후계자 건희(차태현)가 주인공이다.
‘형수님은 열 아홉’에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독설을 내뱉는 부잣집 도련님 승재(윤계상)가 있다.
이들과 사랑을 엮어가는 파트너들은 한결같이 바른 생각과 굳센 의지, 생활력을 한 몸에 갖춘 명랑 쾌활형 여성들이다. ‘황태자…’의 유빈(성유리)은 샌드위치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풀하우스’의 지은(송혜교)은 부모님이 물려준 집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번다.
‘형수님…’의 유민(정다빈)은 동생 병원비를 벌기 위해 고등학교를 휴학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캔디’다.
‘싸가지 없는 왕자들’과 ‘유쾌한 캔디들’이 티격태격 벌이는 사랑싸움에 끼어 드는 방해자들의 모습도 천편일률이다. ‘풀하우스’에는 거대 미디어그룹 이사로 승부욕을 불태우는 민혁(김성수)이, ‘황태자…’에는 초고속으로 출세가도를 달려온 엘리트 승현(김남진)이, ‘형수님…’에는 종합병원 레지던트인 민재(김재원)가 등장한다.
주인공 캐릭터들이 서로 닮아있기에 세 드라마가 동일한 로맨틱 코미디 문법으로 시청자를 유혹하려는 것도 당연하다. 왕자님들은 최대한 불량하고 거만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숨기고 있는 상처를 드러내고, 캔디는 왕자들의 ‘싸가지 없음’을 쾌활함으로 이겨낸다.
방해자들은 왕자가 갖지 못한 미덕을 발휘하며 캔디들을 유혹한다. 시청률 50%를 넘기며 화제를 낳고 있는 SBS ‘파리의 연인’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게다가 세 드라마는 모두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비, 성유리, 윤계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연기력보다는 주역을 맡은 청춘 스타의 인기에 의지하는 경향이 큰 트렌디 드라마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천편일률적인 수목드라마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TV를 그 나물에 그 밥인 트렌디 드라마들이 점령하고 있다”며 “대중문화의 근간이 되는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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