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량 탈북자가 한꺼번에 입국한 27일 미국 중국 일본 등 직·간접적 이해 당사국들은 이번 사태의 국제 정치적 파장, 탈북자 안전 등을 감안해서인지 공식적 논평을 자제했다. 로이터 등 외신들도 탈북자 입국에 대해 커다란 의미 부여를 하지 않은 채 사실 보도에 치중하는 분위기였다.사실상 탈북자의 전진 기지라 할 수 있는 중국 당국은 이번 탈북자 집단 한국송환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사태가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은 특히 탈북자들이 중국 당국의 대북 강제송환 정책 등을 피해 동남아로 탈출루트를 변경했다는 점이 부각되거나, 이번 사태가 향후 대량 탈북으로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듯했다. 중국은 지금껏 국내법상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불법 입국자로 간주하면서도 인도주의 원칙에 입각, 한국 공관 등의 진입 탈북자에 대해선 제한적으로 망명을 허용하는 이중 잣대를 구사해왔다. 이를 반영하듯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이 사태에 대한 간단한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하원이 '2004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탈북자 문제를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해온 미국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그 동안 '조용한 외교'를 통해 탈북자 입국을 추진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과 이 사태가 중국 및 북한, 동남아 관련국 등이 얽힌 국제적 사안이라는 점, 탈북자의 안전 문제 등을 감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AP 등 외신들도 "한국 정부가 보도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관련 취재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각종 탈북 지원단체가 활동 중인 일본도 구체적인 평가를 자제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껏 일본 내 탈북자 현황 등에 대해 일절 함구하면서 인도주의적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피력해왔다.
일본은 특히 이번 사태가 자국민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협상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 정부로서는 제3국으로 탈출해 구조를 요청하는 동포를 모르는 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번처럼 대량으로 받아들이면 북한을 자극하게 되는 미묘한 입장"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상세한 내용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