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노동법원 설치의 필요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노동법원 설치의 필요성

입력
2004.07.28 00:00
0 0

노사 간 대화와 신뢰에 기초한 진정한 파트너십이 형성되지 못한 우리의 노사관계 현실에서 노사 간 권리분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동'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노동배제적'인 경영관을 가진 일부 기업에 의해 자행되는 부당 노동행위, 부당 해고, 체불 임금 등은 산업현장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노사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행 노동분쟁 처리 절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을 거쳐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에 이르는 사실상 5심 체제로 신속한 분쟁 해결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본래 노동위원회는 노사 간의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노동위의 구제명령에 노사 당사자가 불복할 경우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또 다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등 권리구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또 하나, 노동법은 사회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반 시민법의 원리를 수정하여 제정되었다. 그러나 노동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산업현장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법관에 의해 내려진 판정이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노사 갈등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사용자 측의 무리한 손해배상소송·가압류를 법원이 손쉽게 인정하는 결정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최근 사법개혁위원회가 이러한 노동 사건 사법처리 절차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8월 16일 중앙노동위원회와 노동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갖고 노동법원 설치 필요성 등에 대해 검토키로 했다.

한국노총은 이미 1993년도에 '사법제도발전위원회'에 노동법원의 설치 필요성을 제기한바 있다. 당시 상황도 지금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동법원 설치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결국 산업현장의 노사 갈등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되지 못했다는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이제라도 노동법원의 설치를 통한 합리적 노사분쟁의 해결이 기대된다.

그러나 노동법원의 도입은 노동위원회와 일반 소송 절차에 의한 사법 절차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인 만큼 다음과 같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노동법원의 독립성과 법관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한편, 재판부 구성에도 노사관계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법원이 1심은 물론 2심까지 독립적으로 재판하고, 최종 판단기관인 대법원도 노동전담부를 구성해야 한다.

둘째, 노동법원은 노동관계법과 관련된 모든 민사·행정·형사소송 사건을 관할하도록 해야 한다. 즉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할 모든 소송 사건에 대해서 노동법원이 관할권을 가져야 일반 시민법과 다른 노동법의 정의가 노사관계에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는 사측에 비해 정보나 입증자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 선임이 어렵고, 소송 기간이 길어질 경우 경제적 부담으로 재판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변호사 이외에 노동조합이 소송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신속한 권리 구제를 위해 집중 심리 방식을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노동법원 설치는 단순히 일부 기능을 독립시키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노사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법적 구제 절차를 개혁하여 노사 간 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는 노사 간의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