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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화려한 진단, 빈약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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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화려한 진단, 빈약한 처방

입력
200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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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조로(早老)증에 빠졌다' '산성화된 경제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야 한다' 26일 경제단체 주최 제주도 강연에서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내린 한국경제 진단이다.우선 박 총재의 조어(造語)와 은유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그의 촌철살인하는 비유와 함축성 강한 용어선택은 저널리즘조차 무색케 한다.

진단내용도 정확하다. 일은 덜하고 욕구만 분출하는 사회풍토가 고비용-저효율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고액 연봉자들이 더 자주 파업하고, 집단이기주의가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다. 경제가 안 풀리면 자기책임 대신 사회와 정부 탓이나 한다….

그러나 처방에 들어가면서 박 총재의 주장은 맥이 확 빠진다. '일은 더하고 욕구는 줄여야 한다' '내 이익만 고집하지 말고 사회 전체이익도 배려해야 한다' '고통이 있더라도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자' '고비용-저효율을 시정하자' 등등.

세상에 이런 처방도 있을까. 가장 많은 경제통계와 금리결정 권한을 쥐고 있는 한은 총재의 해법치고는 너무 싱겁다. 욕구자제는 개인 아닌 경제구조의 몫이다. 한은 총재가 종교지도자나 윤리교사가 아닌 다음에야, 금욕주의와 이타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욕구분출이 억제되는 경제구조와 보상체계를 만들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얼마전 '한국경제의 우울증'을 얘기했다. 최근 경제정책 책임자들의 한국경제 진단은 가히 '말의 향연'이다. 이젠 현란한 언어구사 보다는 구체적 정책대안과 실행능력을 보고 싶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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