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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박정희와 JP-편법의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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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박정희와 JP-편법의 부메랑

입력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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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정치권이 냉전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건 보고 누락,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간첩 민주화 운동 인정 등과 관련해 국가정체성을 문제 삼고 나섰고 이에 여권이 박정희의 전력을 가지고 박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물론 NLL사건 등 한나라당이 문제 삼고 있는 사안들이 국민정서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같은 사안들이 박 대표가 주장하듯이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할 사안이라고 보는 것은 박 대표 역시 한나라당 특유의 낡은 색깔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더라도 박 대표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노무현 정부가 넘어섰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최근의 한나라당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박 대표의 한나라당인지, 아니면 낡은 최병렬 체제의 한나라당인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나는 지난 주 이 난('박근혜의 진검승부')에서 국가보안법과 같은 색깔문제야말로 박 대표의 개혁이미지가 허상인지 진짜인지를 가려줄 진검승부라는 주장을 한 바 있는데, 최근의 국가정체성 논란은 그 답이 허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버지 박정희의 유신체제 사과와 친일행각 문제도 매한가지다. 물론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일개 개인이 아니라 공당의 대표를 맡은 정치인인 이상 아버지의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사실 내가 '엿장수 맘대로'라는 칼럼(3월 9일자)에서 지적했듯이 친일진상규명법은 박정희를 제외시켜주기 위해 국회가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입김 아래 지난 3월 조사대상자를 소위 이상의 일본군 장교로 규정한 원안을 중좌 이상으로 바꿔 통과시킨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한편, 유신과 친일문제에 대해 공세를 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 측이 그렇다고 원칙을 가진 올바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처음 정계에 입문한 초선 의원들은 모르지만 노 대통령과 신기남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등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진영에 몸담았던 정치인들은 유신과 박정희의 친일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권을 위해 또 다른 유신세력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추진했던 정책연합을 지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유신 경력을 이유로 김 전 총재가 국민의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부적합하다고 사회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김 전 총재 국무총리 임명에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 아니, 유신잔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해 '의원 꿔주기'까지 한 바 있다. 박정희는 유신 주역이라 사과해야 하지만 김종필은 유신 조역이라 상관없다는 이야기인가? 웃기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는 영남권 표를 잡기 위한 동진정책으로 박정희 기념관을 거액의 국고보조를 통해 건설하려 한 바 있다. 이에 역사학자, 민중·시민운동 단체들이 친일과 유신 등을 이유로 극력 반대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상당 기간 밀어붙였다. 그리고 언론이 보도를 안 한 것인지 모르지만, 열린우리당의 현 지도부 등이 적극 나서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결사 반대운동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던 사람들이 갑자기 타협 없는 민주투사로 변신해 유신과 친일 단죄를 이야기하고 나서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유신이고 친일이고 다 무방하지만, 불리하면 그렇지 않다는 정략성의 전형적인 예이다. 결국 DJP연합, 박정희 기념관 추진과 같이 눈앞의 이익에 눈이 먼 편법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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