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제1의 반도체강국이지만, 반도체 제조장비는 72.6%를 해외수입하고 있다. 정밀기계는 90.1%가 외국산이다. 정부가 10년 넘게 소재·부품산업 국산화를 추진해왔지만, 오히려 국산설비에 의한 투자는 더 뒷걸음치고 수입형 설비투자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직후 30%까지 낮아졌던 설비의 수입의존도는 현재 50%에 육박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연결 고리가 단절된 것도 해외설비의존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산설비에 의한 투자는 지난해 13.3% 감소한데 이어 올 1·4분기엔 마이너스폭이 14.1%로 확대됐다. 반면 수입설비투자는 작년 21.1% 증가했고, 올 1·4분기에도 20.8% 늘어났다.
현 투자설비는 '국산=로우테크, 수입=하이테크'로 굳어져 있다. GDP 대비 투자율이 환란이후 최저수준(1·4분기 8.9%)까지 떨어질 만큼 전반적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그나마 투자가 진행되는 곳은 반도체 LCD 같은 IT관련 하이테크 산업이다 보니, 국산설비는 더 쪼그라들고 해외설비수입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수출로 돈을 번 대기업들이 하이테크 위주의 설비투자를 하더라도, 로우테크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업체들은 수출확대와 대기업 투자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의 수입설비 의존도는 1998년 30.2%까지 낮아졌으나 지난해 40%를 넘어섰으며 올 1·4분기엔 48%까지 상승했다. 정밀기계의 수입의존도는 90%를 웃돌고, 특수산업용기계류의 수입비중은 56.9%까지 올라간 상태다.
특히 수입설비는 대부분 일본 제품이어서 대일무역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도 된다. 대일무역적자는 올 상반기중 100억달러를 초과했으며 연간으로도 작년(190억달러)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 경신이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핵심설비를 국내 생산할 수 있어야 대기업의 수출 및 투자확대가 중소기업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설비의 해외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중저가 단순설비는 점차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추세여서 자칫 '설비산업 공동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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