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결혼선물로 선사하겠다.”스물 두 살의 에티오피아 청년 케네니사 베켈레는 18세 처녀와 곧 결혼한다. 베켈레는 육상 장거리, 여자친구는 1,500㎙ 유소년 챔피언까지 오른 중거리 선수다. 여자친구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덥석 약속한 터다.
베켈레는 세계 남자 육상 장거리무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올해 6월 1일 5,000m(12분37초35)와 6월 9일 1만m(26분20초31) 등 6년 동안 깨지지 않던 두개의 장거리 세계기록을 8일만에 갈아치우는 괴력을 발휘한 에티오피아 육상의 샛별.
두 기록 모두 ‘살아있는 트랙의 신화’이자 ‘조국의 우상’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세운 종전기록을 2초 이상 앞당긴 것이다. 두개의 올림픽 메달과 4번의 세계선수권 우승, 17개의 세계기록을 보유한 게브르셀라시에를 넘었으니 베켈레는 새로운 ‘장거리 제왕’으로 손색이 없다. 게브르셀라시에와의 맞대결에서도 베켈레가 세 번 싸워 두 번 이겼다.
1982년 6월 에티오피아의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베켈레는 84~85년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기근사태를 겪으며 자랐다. 그는 수십㎞ 떨어진 학교까지 달렸다. 적도에 걸친 그의 고향은 뜨거운 태양이 쉴새 없이 내리쬐는 곳이다. 최악의 날씨가 베켈레에겐 최적의 날씨였다. 베켈로의 고향 부근엔 여자 1만m 올림픽 2연패의 데라투 툴루와 파투마 로바 등 뛰어난 장거리 선수가 많다.
14세 때 TV와 대형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통해 접한 애틀랜타올림픽(96년)은 그를 자극했다. “게브르셀라시에가 이기길 열렬히 응원했죠. 그리고 지금 전 그의 경쟁자로 뛰고있습니다.”
베켈레는 게브르셀라시에의 페이스메이커로 뛰며 꿈을 키웠다. 하지만 트랙의 신화는 넘기 힘든 산이었고 설상가상 2002년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기회는 지난해 찾아왔다. 우상 게브르셀라시에를 피해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나선 베켈레는 세계선수권에서 대회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2관왕(올해로 3년 연속)에 올랐다. 그리곤 트랙에 복귀, 그 해 8월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우상에게 1.2초차의 승리를 따냈다.
두 개의 장거리 세계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베켈레는 아테네에서 1만m만 뛰겠다고 밝혔다. “오직 한 경기에만 집중, 진정한 영웅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케네니사 베켈레 프로필
-1982년6월13일생
-에티오피아 베코지(Bekoji)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남
-형제 4남2녀
-14세 때 '조국의 우상' 게브르셀라시에의 애틀랜타 올림픽(96)경기를 보고 자극받음
-2002~2004 크로스컨트리세계선수권 2관왕(도로 단거리, 장거리) 3연패-세계 최초
-2003.8 파리세계선수권 1만m 우승, 5,000m 3위
-2004.6.1 FBK육상대회 5,000m 세계기록(12분37초35)
-2004.6.9 슈퍼그랑프리골든스파이크대회 1만m 세계기록(26분20초31)
-아테네올림픽 1만m 금메달을 따고 여자친구(18)와 결혼하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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