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가 출자전환과 만기 연장 외에 별도로 1조5,000억원의 신규 지원을 요청하는 등 총 10조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을 채권단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벌써부터 채무재조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공식 입장이지만, 채권은행들은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발 빠르게 배수진을 쳤다.10조원 지원 요청 배경
26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LG카드는 최근 채권단에 제출한 '경영 정상화 계획'에서 출자 전환 1조5,000억원, 만기 연장 7조1,000억원 외에 별도로 향후 매출 채권을 담보로 1조5,000억원 가량의 신규 대출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LG카드 측이 채권단에 요청한 채무재조정액은 총 10조원 규모에 달한다.
올 초 3조5,000억원 출자 전환과 2조원 만기 연장 등 이미 5조5,000억원을 지원받은 LG카드가 불과 몇 개월만에 다시 채권단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것은 "내년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말에 1조원 이상 당기순손실이 예상돼 추가 출자전환 없이는 자본 잠식으로 내년에 상장 폐지가 불가피한데다, 전체 차입금(11조5,000억원)의 80% 가량인 9조2,000억원의 만기가 내년에 집중돼 만기 연장 없이는 자체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현재 적잖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신규 지원 요청에 나선 것은 매출 채권이 올 초 만기 연장된 2조원의 대출에 담보로 잡혀 있어 영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에서 비롯됐다.
서서히 감도는 전운
산업은행은 "채무재조정 문제는 연말께나 가서야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경영 정상화 계획'을 통해 채권 금융기관에게 넌지시 '화두'를 던져놓았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의 반응을 살펴본 뒤 채무재조정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산업은행 이외 채권금융기관은 추가적인 금융 지원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올 초 약정을 들이대며 추가지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LG카드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굳이 LG카드의 상장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 관행이 계속되면 은행의 추가 부담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채권금융기관 대부분의 시각을 대변하는 발언이었다. 특히 채권단 내에서는 위험 부담을 늘리는 출자 전환이나 신규 지원 등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대세여서 향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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