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이 없는 출판사가 외부 돈을 끌어들여 책을 낸 뒤 투자자와 수익을 나눠 갖는 '북펀드' 형 출판이 잇따라 시도되고 있다. 성공여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계속된 불황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출판사들로서는 반길만하다.현대기업금융은 최근 문화콘텐츠 투자의 일환으로 '출판금융프로젝트'란 이름을 내걸고 출판투자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달 출간된 뿌리와이파리의 '해삼의 눈'이 첫 프로젝트. 제작비와 저작권료 등 제작실비에 해당하는 30% 남짓의 자금을 책을 내는데 투자했으며, 이런 방식으로 올 하반기 동안 10건 정도를 시험투자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맡은 금융팀의 오현주씨는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내년부터 본격으로 출판물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며 "연간 최대 100건 정도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은 중소형출판사가 내려는 인문사회·어린이 분야의 책이 우선이며, 앞으로 시리즈물이나 전집류의 대형기획출판도 검토할 계획이다.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출간 비용을 모두 회수한 뒤 나오는 수익금은 현대기업금융이 25∼40%, 나머지를 출판사가 갖게 된다.
투자전문회사가 자금을 지원할 경우 자금회수나 이익에만 몰두해 광고·마케팅에 관심 갖기 마련이지만, 투자 항목에서 마케팅을 제외한 것도 눈길이 간다.
오씨는 "출판의 공익성을 고려해 '베스트셀러' 띄우기 식의 투자를 지양하고, 총비용의 50% 안에서 순수제작비용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문화 벤처기업인 조이에듀넷은 28일 오후 7시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제1회 북펀드 설명회'를 갖는다.
이 회사가 기획해 2006년 중반에 완간할 '한국을 빛낸 102인 대하역사소설 전집' 출판자금을 모으기 위한 자리다.
모두 102권으로 나올 이 전집 출판에는 20억원 이상 들 것으로 보이는데, 조이에듀넷은 기획과 인세 등으로 이미 5억원 정도 투자했고, 나머지를 개인·기관투자가의 자금을 유치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조이에듀넷 박치원 전무는 "펀드는 주식형과 채권형 두가지이며 주식형의 경우 이익금의 50%, 채권형의 경우 투자 6개월 뒤부터 손익에 관계없이 15%를 배당한다"고 말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사관에 입각해 우리 역사의 대표인물을 재조명하자는 뜻을 담아 나올 이 전집은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작가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 설명회는 전집의 일부로 처음 나온 '파미르의 호랑이'(고선지 편·김용범 지음), '흰 소가 강을 건널 때'(이중섭 편·김예나 지음) 의 출간기념회를 겸해 열린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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