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필자가 서울대 자연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자연대 차원에서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연과학 공개강좌'를 기획했다. 21세기 과학문명의 밑거름인 자연과학의 발전추세를 쉽게 널리 알리고, 기초과학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국민적 지원을 호소하려는 취지였다.최근에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어서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에 재정적 지원을 받기가 다소 수월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사회와 대기업의 관심은 무척 냉담했다.
재정지원을 받고 행사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후원할 신문사 물색에 나섰다. 여러 신문사를 접촉했으나 다른 데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은 반면, 한국일보만이 애정을 보이며 선뜻 후원에 나서 무척 고마웠다. 그래서 1994년 2월 17∼18일 1박2일 과정으로 첫 행사가 열렸다.
당시 서울대를 출입하던 한국일보의 김성호 기자가 없었다면 이 공개강좌는 빛을 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김 기자는 "이런 행사는 꼭 열려야 한다"면서 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김 기자는 전혀 안면도 없는 대우그룹 이사들에게 매달려 후원금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또 한국일보는 지면을 통해 행사 내용을 충실히 보도해 줬다. 지금도 한국일보가 보여준 적극적인 지원과 김 기자의 열성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처음에는 이 강좌에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걱정도 되었으나 당일이 되니 전국의 도농, 심지어는 도서에서까지 청소년을 중심으로 1,500여명의 남녀노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주최한 교수들을 흥분에 젖게 했다.
당시 프로그램의 진행은 소립자로부터 우주까지 컴퓨터 글자꼴 디자인과 수학의 역할 유전공학의 현재와 미래 우주의 신비-외계의 행성계를 찾아서 등 7개 공개강의와 서울대 천문대·유전공학연구소·전산실·실험실 방문 등으로 짜여져 있었다. 특히 행사 첫날 지방 학생들을 자연대 교수님 또는 대학원생 집으로 데려가 숙박하며 자연과학에 대한 얘기를 나누도록 했다.
필자의 집에도 대구 대륜고의 이상민군과 광주 고려고의 오현승군이 방문했다. 이들 예비 과학도들과 밤이 깊도록 학문연구의 자세, 과학기술의 중요성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새롭다. 두 학생은 이후 서울대 자연대와 공대에 각각 입학해 현재 과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이후에도 한국일보는 매년 이 공개강연을 지원하고 있는데 벌써 11회를 실시하였다. 최근에는 한국일보와 서울대 자연대가 공동주최하고 삼성전자가 협찬하는 형식으로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을 열고 있다. 과학 꿈나무들의 축제 한마당으로 매년 2,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성황이다.
지금은 프로그램을 좀더 보완하여 실험실을 탐방하여 실제로 실험도 하고 교수님의 강의도 듣게 하는 체험과학 교육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기초과학의 육성은 국가백년지대계를 놓는 큰 사업이며, 한국일보가 일찍이 이를 이해하고 계속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은 참으로 선견지명이 있다고 하겠다. 우수한 젊은이들을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는 과학기술 분야로 인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 이 공개강좌가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국일보와 서울대 간의 아름다운 인연을 만든 이 사업을 필자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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