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 4,300여㎞를 23일간 일주하는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대회로, 대회가 열리는 7월 한달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체가 월드컵축구대회와 다름없는 열기에 휩싸인다. 1903년 처음 개최된 이후 해마다 열렸으나 제 1·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중단되어 올해 대회는 91회째다. 골인지점만 파리 상젤리제거리로 정해져 있을 뿐 출발지와 코스는 매년 변하는데 보통 파리 서쪽의 한 도시에서 출발해 시곗바늘 반대방향으로 프랑스를 일주한다. 알프스와 피레네산맥 등 해발 2,000m가 넘는 산악구간 등 험난한 코스가 많아 '지옥의 레이스'로도 불린다.■ 어제 막 내린 올해 대회에서 미국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32)이 우승, 사상 처음 6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200여명의 전세계 사이클 강자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 우승은 바로 '사이클 황제'로의 등극을 뜻한다. 한번만 우승해도 생애 최대의 영광인 이 대회에서 무려 6연패를 했으니 '황제 중의 황제'인 셈이다. 3명의 통산 5회 우승자와 단 한명의 5회 연속우승자가 있었던 터라 암스트롱의 6연패 여부는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나 전세계가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고환암을 극복하고 이룬 6연패이기 때문이다.
■ 암스트롱이 이 대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3년. 21세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같은 해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 최연소 구간 우승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1996년 고환암 판정을 받으면서 최대 위기를 맞는다. 뇌와 폐에 암이 전이되는 상태에서 한쪽 고환과 뇌조직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항암치료를 받았다. 의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재기를 선언한 그는 1999년 마침내 꿈에 그리던 우승재킷을 입었다. 골인지점을 통과한 후 아내와 9개월 된 아들을 끌어안는 모습은 전세계를 감동시켰다.
■ 투르 드 프랑스가 유럽을 열광시키고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시험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험난한 코스를 완주하는 것 자체가 위대한 인간승리다. 진정한 페어플레이 정신은 대회에 빛을 더한다. 지난 대회 레이스 중 암스트롱이 넘어졌을 때 15초 차이로 2위를 달리던 독일의 얀 울리히는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그가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투르 드 프랑스의 힘찬 페달은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준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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