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피의자 유영철(34)씨를 수사해 온 경찰이 26일 유씨의 신병을 검찰로 넘기는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에게 발길질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이던 유씨가 서울중앙지검으로 가기 위해 호송 경찰들과 함께 나타나자 피해자 유족으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우산을 들고 달려들었다. 지난 2월 발생한 동대문구 이문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전모씨의 어머니로 정모(51)씨로 확인된 이 여성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뛰어들면서 "이문동 엄마야. 경찰 너희가 빨리 잡았으면 안 죽었잖아"라고 울부짖었다.유씨를 에워싸고 있던 경찰은 갑작스레 달려든 정씨의 가슴부분을 발로 정면으로 걷어찼고 정씨는 '퍽'소리와 함께 그대로 계단아래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이 일로 모 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정씨는 "딸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경찰에 발길질까지 당해야 하느냐"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유씨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웬 사람이 우산을 앞세워 달려오는 바람에 발을 사용해 제지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네티즌의 비난은 거세게 쏟아졌다. '하얀목련'이란 ID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경찰이 피해자 가족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주지는 못할 망정 발길질을 하는 것을 보니 내 가슴이 아플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경찰청은 정씨에게 발길질을 한 이모 경사 등 당시 호송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사건 경위에 대해 감찰에 착수키로 했다.
한편 유씨는 경찰조사에서 "감옥에서 조폭이나 경제사범 한두명을 더 죽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유씨가 아직도 살인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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