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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꾸는 올림픽]<4ㆍ끝>올림픽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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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꾸는 올림픽]<4ㆍ끝>올림픽과 경제

입력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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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아를 어찌할 것인가.”108년만에 발상지로 돌아온 올림픽에 대해 아테네 학자들의 반응이다. 신(제우스)을 섬기던 자식이 집을 나갔다 돈독이 올라 돌아왔다는 표현이다.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올림픽이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돈과 경제에 몰입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사마란치와 유베로스

“올림픽에 필요한 것은 커다란 경기장이 아니다. 경기장에 몇 대의 TV카메라가 설치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최초의 상업적 올림픽으로 평가되는 84 LA올림픽 조직위원장 피터 유베로스의 말이다.

엄청난 광고가 붙는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 TV중계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그는 프로야구식 스폰서 개념을 올림픽에 적용했다. 그 결과 LA시로부터 한푼의 지원도 없이 2억2,500만 달러의 흑자를 남겼다. 이전의 올림픽은 적자 투성이였다. 특히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경우 무리한 경기장 건설과 물가상승, 테러 예방 비용 등으로 1억 달러의 빚을 지고 말았다.

80년 IOC위원장에 오른 안타니오 사마란치(스페인)는 ‘유베로스 방식’에 착안, IOC를 돈방석에 올려놓았다. 그는 85년 올림픽 공식후원(TOP)프로그램을 개발, 몇몇 다국적 기업에 스폰서 기회를 제공했다. 나아가 올림픽에 프로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때부터 미 프로농구 스타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참가하게 됐다.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

올림픽이 상업성 있는 이벤트로 부상하자, 각국의 유치 경쟁도 치열해졌다. 동서 진영이 함께 참가했던 88서울 올림픽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올림픽 개최로 약 1조8,000억원의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환율로 26억 달러(GNP 대비 0,4%)에 달하는 규모다. 간접고용까지 포함할 경우 33만6,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압축성장으로 산업화를 이룬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에게 심었고, 이후 이 대회에 참가한 구 소련 및 동구권과 외교관계를 맺는 망외의 소득도 올렸다.

올림픽 흑자는 대회가 거듭될수록 증가했다. 96애틀랜타 대회의 경우 35억 달러, 2000시드니 대회는 65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이 각고의 노력 끝에 유치한 2008베이징 올림픽의 경우 약 3조위안(약 450조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신화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전쟁

기업들은 4년 단위로 지정되는 10여개 안팎의 IOC 공식 후원기업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번 아테네올림픽 공식 후원기업은 코카콜라, 맥도널드, 비자, 삼성전자 등 11개. 공식 후원기업이 되려면 시드니 올림픽 때는 5,000만 달러, 아테네 때는 7,000만 달러(추정치)를 IOC측에 내야 한다.

코카콜라의 경우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때부터 미국으로부터 콜라를 공수, 자국 선수들에게 무료로 나눠 줘 큰 반향을 얻었다. 올림픽 마케팅의 시초가 된 코카콜라는 96~2008년 IOC와 장기 스폰서계약을 체결, 경쟁사인 펩시콜라의 스폰서 참여를 원천 봉쇄했다.

▦다시 아테네로

올림픽의 상업주의는 많은 후유증도 불렀다. 대회를 유치하려는 도시가 IOC위원들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추문이 터져 나왔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부터 순수한 올림픽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순수 그리스식’으로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상업주의에 물든 돌아온 탕아’를 개과천선시켜 ‘평화의 제전, 순수 아마추어리즘’의 정신을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그리스 정부는 당초 20억 유로의 흑자를 계획했지만 테러 대책비 등으로 12억 달러를 쓰는 바람에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림픽의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는 아테네에서도 재연될 것 같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아테네 올림픽 열기를 코리아 브랜드 열풍으로

올림픽 무대는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기업에게도 치열한 ‘홍보의 전장’이 된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표적인 국내 기업들은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 세계적인 10개 기업과 함께 국제올림픽 조직위원회(IOC)의 ‘공식 파트너’(Official Sponsor)로 선정된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아테네 올림픽의 무선통신 부문 공식스폰서 자격을 따낸 삼성전자는 IOC위원, 아테네 올림픽조직위 관계자, 행사진행 요원, 취재진 등에게 1만4,000여대의 휴대전화를 나눠줄 예정이다.

또 자체 개발한 무선통신기술 ‘WOW(Wireless Olympic Works)’를 이용해 휴대전화로 올림픽 대회 정보와 경기일정, 경기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해 기술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 320평 규모의 대형 홍보관도 마련, 200여종의 최첨단 휴대전화도 전시한다.

현대자동차는 아네테 올림픽 조직위원회(ATHOC)의 자동차 부문 공급자 자격(로컬스폰서십)을 획득했다. 지난해 그리스 자동차시장에서 일본 도요타에 이어 시장점유율 8.6%로 2위에 오른 현대차는 에쿠스, 그랜저XG, 스타렉스 등 500여대를 VIP와 선수단, 기자단, 행정요원 등을 위한 올림픽 공식차량으로 지원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

또 공항에서 주경기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대형 옥외광고판을 설치, 아테네를 찾는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현대차를 알린다. 아테네 해변가에는 현대차 홍보관도 마련할 예정이다.

공식 스폰서나 로컬 스폰서로 참여하지 못한 LG전자는 앰부시 마케팅(스포츠 행사의 공식 후원사가 아니지만 그 이벤트를 활용해 펼치는 매복 마케팅)에 승부를 걸고 있다. LG전자는 아테네 시내 지하철은 물론 피레우스항에 정박해 임시 숙소로 이용될 초대형 여객선 페리의 외부 등에 대형 광고물를 설치, 3,000만 달러 이상의 기업 홍보효과를 노리고 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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