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8월13~29일)이 임박했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이자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렸던 아테네는 108년 만에 다시 이 성대한 축제에 몰려들 세계인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올림픽은 ‘문화의 장’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성화봉송에 맞춰 시작된 문화행사가 9월까지 이어진다. 그리스 문화를 소개하는 각종 전시와 음악ㆍ무용ㆍ연극 공연,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조명하는 문학행사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그리스 올림픽위원회가 위촉한 세계적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작품 ‘오리온’은 지난달 테살로니키에서 초연됐다. 중국의 비파 연주자 우 만, 인도 전통음악 연주자 라비 샹카르 등 4개 대륙의 기악 연주자와 가수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후예라는 그리스인들의 자부심은 단순히 조상들의 영광을 우려먹는 향수가 아니다. 현대 그리스도 많은 뛰어난 예술가들을 배출했다.
특히 음악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 많다. 대중음악의 스타 나나 무스쿠리, 요르고스 달라라스, 야니 등이 있고 샹송가수 조르주 무스타키도 그리스 출신이다.
클래식음악에서는 20세기 현대음악의 거인 크세나키스(1922~2001), 그리스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음악의 영웅으로 존경받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79)가 대표적이다.
오페라 역사에 불멸의 이름으로 남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비롯해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 지휘자 드미트리 미트로풀로스도 그리스의 자랑이다.
크세나키스나 테오도라키스의 삶은 좌우대립에 따른 내전과 군사쿠데타 등 현대 그리스의 굴곡진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크세나키스는 2차대전 중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다가 박격포에 맞아 얼굴을 크게 다치고 왼쪽 눈을 실명했다.
전후 좌익 지하운동을 하다가 궐석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자 1947년 프랑스로 탈출, 25년 뒤 파시스트 정권이 무너진 다음에야 그리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테오도라키스는 1960~70년 대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투쟁의 선봉에 섰다. 그로 인해 수차례 투옥과 국외추방을 겪었고, 군부는 그의 음악을 금지시켰다.
테오도라키스는 교향곡과 오페라, 발레 등 많은 곡을 썼지만, 대중적으로는 ‘희랍인 조르바’ 등의 영화음악과 그리스 민중가요 ‘렘베티카’의 작곡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앤소니 퀸이 주연한 1964년의 영화 ‘희랍인 조르바’의 음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그는 원작소설의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더불어 그리스 문화의 힘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정치영화 ‘Z’ 나 고대 그리스비극을 현대로 옮긴 영화 ‘페드라’의 음악도 그가 쓴 것이다.
그리스 음악하면 떠오르는 것이 ‘렘베티카’와 전통 현악기 ‘부주키’. 드라마 삽입곡으로 쓰여 우리에게도 친숙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바로 테오도라키스가 작곡한 렘베티카다. ‘그리스의 블루스’로 불리는 렘베티카는 1920년대 초반 아테네와 피레우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음악이다.
군부독재 시절 그리스인들은 렘베티카를 부르며 저항의 의지를 다졌다. 부주키의 선율은 그리스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유쾌한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 곳곳에 흐른다.
아테네 올림픽에 맞춰 알레스뮤직은 월드뮤직 3집으로 그리스음악(2CD)을 낸다. 8월 10일 께 나올 이 음반은 부주키 등 그리스 민속악기가 들어간 렘베티카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유니버설뮤직은 아그네스 발차가 노래한 렘베티카 음반 ‘From Greece with Love’, 샤를 뒤투아가 몬트리올 심포니를 지휘한 테오도라키스의 발레음악 ‘희랍인 조르바’를 내놨다.
한편 아테네 올림픽 공식음반으로는 EMI가 ‘하모니’(Harmonyㆍ클래식), ‘유니티’(Unityㆍ팝), ‘포스’(Phosㆍ그리스어로 ‘빛’ㆍ그리스 음악) 3종을 발매한다. 특히 팝 앨범 ‘유니티’는 테러의 위협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의 세계를 반영하듯 반전 평화의 메시지가 강렬하다.
스팅, 에이브릴 라빈, 우타다 히카루 등 15개국 20여명의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 음반에는 거침없는 표현으로 조지 W. 부시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는 노래도 들어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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