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온 대전시향이 서울에서 당당하게 개선행진곡을 울렸다. 25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10분간의 열렬한 기립박수로 한국 교향악단의 다크호스 대전시향에 갈채를 보냈다.이날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종교음악 ‘증성자의 장엄한 저녁기도’와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 경건하고 성스러운 ‘…저녁기도’의 아름다움이 특별했고, 이 곡의 합창(대전시립ㆍ안산시립합창단ㆍ윤학원코랄)도 매우 뛰어났지만, 특히 관심이 집중된 것은 말러의 ‘부활’이었다.
이미 부천필이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골수 팬들을 거느리고 있고, KBS교향악단도 최근 말러를 연주하고 있어서 더욱 비교가 될 곡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대전시향은 대단했다. 연주시간 80분의 대곡을 지방교향악단이 도전했다는 사실만 갖고 칭찬한다면, 인색한 평가로 느껴질 만큼 훌륭한 연주였다.
관악기, 특히 금관 파트의 뛰어남은 국내 교향악단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휘자 함신익과 대전시향은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창단 20년만의 미국 나들이에서 호평을 받아서인지 사기충천한 모습이었다.
대전시향의 눈부신 성장이 참으로 놀랍다. “대한민국에서 부천필만의 말러 시대는 갔다”는, 다소 성급한 격찬이 나올 만큼 탄탄한 연주가 뜨거운 열기로 무대와 객석을 장악했다.
대전시향은 스스로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청중들도 뿌듯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 교향악단인 대전시향이 보여준 약진은 분명 고무적인 것이다. 대전시향의 서울 나들이를 고대하는 관객이 늘어날 게 틀림없다.
대전시향이 이룩한 성과는 유능한 지휘자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만들어낸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한 나라와 도시의 음악 수준을 대표하지만, 워낙 덩치가 커서 운영이 쉽지 않은 까닭에 돈만 잡아먹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전시향의 이날 연주는 좋은 오케스트라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훌륭한 음악이 얼마나 큰 기쁨을 줄 수 있는지를 웅변한다. 이런 오케스트라를 지원하는 것은 결코 헛된 투자가 아니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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