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으로 개발한 신기술을 지키기 위해 '블랙박스 전략'을 도입하는 업체들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최근 기존 브라운관보다 두께가 15㎝나 얇아진 32인치 초슬림 브라운관 '빅슬림'(Vixlim)을 개발한 삼성SDI는 핵심 기술 일부에 대해 블랙박스 전략을 적용, 내부 직원들의 접근조차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허 출원에 따른 로열티 수입보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 폭발적으로 성장할 디지털TV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TV 등보다 화질은 앞서지만 훨씬 두껍고 무거웠던 브라운관 TV의 약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빅슬림' 기술은 향후 디지털T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기도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만드는 핵심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고, LG화학의 정보·전자소재 관련 사업부문도 일부 핵심 기술에 대해 블랙박스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블랙박스 전략은 한국, 대만, 중국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의 특허를 응용해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일본 전자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사용해오던 특허 보호 전략. 삼성SDI 관계자는 "국내 전자업계의 기술력이 올라가면서 앞으로 특허 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 블랙박스 전략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특허를 출원할 경우 동종 경쟁업체가 이를 모방해 사실상 신기술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특허 출원을 하지 않은 채 기술을 숨기는 전략을 말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