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들이 불황 속에서도 '틈새시장'을 개척,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예 할인점 등을 겨냥한 저가 제품을 개발하거나 기능을 줄이는 대신 가격은 낮추는 실속형 제품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소비자층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25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LG패션이 백화점이 아닌 가두점과 할인점용으로 생산·판매하는 남성복브랜드 'TNGT'는 올 상반기 매출이 1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8억원)보다 70.5%나 증가했다. TNGT 남성 정장은 18만원, 26만원 2가지 가격만 있다. 코오롱패션의 남성복 브랜드 '지오투'도 올 상반기 지난해 동기보다 87%나 증가한 97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내의 업체인 남영L& F의 경우 백화점에 입점한 '비비안'이 고전하는 반면 절반 가격인 할인점용 브랜드 '드로르'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550억원으로 잡았다. 아동복 브랜드 아가방은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유통망을 전환한 뒤 흑자로 돌아섰고, 제이코시도 할인점 매출이 늘면서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대기업 제품이 휘어잡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는 휴대폰 제조업체 VK는 첨단 기능의 슬라이드 카메라폰을 30만원대에 내놓는 등 실속 제품으로 올 상반기에만 1,7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배나 성장한 것이다.
밀폐용기에 브랜드 개념을 도입한 락앤락(하나코비(주))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나 신장한 1,1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4월 상하이 동방CJ홈쇼핑에서 4일만에 7,200만원어치를 판매하자 현지 할인점에서 입점 제의까지 받았다.
'한 개 3,300원'으로 상징되는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는 기존의 '화장품 할인점' 자리를 잠식한 데 이어 최근 대형 할인점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1만원 이하 700여종의 제품을 선보이는 (주)에이블씨앤씨의 저가 화장품 미샤는 매장이 지난 연말 60개에서 현재 180개로 늘었고, 최근 LG마트에도 입점했다. 상반기 매출은 550억원. 지난해 12월 출시한 더 페이스 샵도 벌써 110여개 매장과 3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두 브랜드 모두 용기는 단순화하고 원료는 식물성만 쓰는 등 품질은 높여 소비자들에게 "굳이 고가 화장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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