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의 교신 보고 문제를 보는 국민의 눈이 어지럽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판단 착오로 보고를 누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조영길 국방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고의 누락"이라고 지적했다. 사태에 대한 전혀 다른 판단이다.물론 곰곰 따져보면 이런 혼선은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청와대는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런 내용까지를 포함한 '사실'과 국방부와의 협의를 거친 '판단'을 함께 보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같은 내용을 두고 판단만을 달리했다는 얘기다. 두 기관의 성격상 능히 그럴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역할 분담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르고 뺨 치기다.
중요한 것은 조 장관의 답변에 나타난 사태의 진상이다. 실수나 고의, 어디서 비롯했든 보고 누락은 분명히 있었다. 또 '상부의 사격중지 명령과 사격의 부당성에 대한 언론 비판 가능성'을 고려해 사전·사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배경 설명도 억지로 지어낸 얘기 같지는 않다.
이를 '부주의'로 해석한 청와대의 축소 봉합은 애초에 사태를 '통수권에 대한 도전'으로 몰고 간 경솔함만 없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함대사령관의 몫인 경고사격 판단까지 상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안보현장의 분위기, 일단 경고사격으로 상황을 해소한 뒤 죄 지은 듯한 심정에서 사후 보고도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장의 동물적 판단과 대응, 사후의 치밀한 보고 및 정세 판단이 제대로 결합해야만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피해와 파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무리한 확전으로 흐르지 않게 막을 수 있다. 안보의 이런 요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은 청와대와 군이 함께 반성하고 서둘러 고쳐야 할 커다란 구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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