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배가 답답하고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나 가스가 찬 듯한 느낌은 낯선 경험이 아닐 것이다. 매달, 어쩌면 매주 이런 증상을 경험할지 모르며, 과민성 장 증후군을 가진 여성은 거의 매일 이런 증상을 겪는다.- 여자가 남자보다 2배 많아
만성복통 설사 변비를 증상으로 하는 과민성 장 증후군은 전체 인구의 10~20%에서 나타나는 병인데, 특히 여성에게 흔한 증상으로 남성의 2~2.5배에 달한다. 한양대병원 내과 이오영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정도 많으며, 심지어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도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는 시기는 대개 20대이며, 이 증상은 여자의 일생동안 계속된다.
- 과민성 장 증후군 증상
대표적 증상은 복통과 불편한 느낌이다. 설사 혹은 변비 증상을 보이며, 환자에 따라 설사와 변비 증세가 반복되기도 한다. 복부팽만감, 즉 배에 가스가 찬 느낌이나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호소하기도 한다. 배변 후 잔변감, 배변 때 급박감, 하얀 점액 배출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오영교수는 “변비 구역질 팽만감은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며, 설사는 남자에게 더 많다”고 말했다. 주3회 미만의 배변, 하루 3회 이상의 배변, 단단하거나 덩어리진 대변, 묽은 변 혹은 물 설사 등도 종종 나타난다.
- 운동 기능 이상 때문에 생기는 증상?
의학자들이 꼽는 원인중 하나는 장 운동의 기능 이상. 이 교수는 “ 25~75%에서 위나 대장 운동의 이상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설사형에서는 장 통과가 빠르고, 변비형에서는 장 통과가 느리다”.
장에 생긴 염증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장염을 앓은 사람의 3분의 1정도에서 이 증세가 나타났다. 급성장염이 발생한 환자들을 추적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3개월째 10.8%, 6개월째 9.2%가 과민성 장 증후군 증상을 보였다. 이 교수는 “과거에 앓은 장염, 음식, 장내 세균 변화 등이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 운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장염을 앓은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장 감각 워낙 민감하다?
아주 작은 정보, 예를 들면 배가 부른 듯 싶으면 식사를 중단하고, 직장이 가득 찬 듯한 느낌을 가지면 화장실에 가고, 가스 느낌이 있으면 방귀를 뀌는 정도로만 반응할 뿐이다.
그런데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들은 감지하지 않아도 될 증상까지 감지해 불쾌감이나 통증을 나타낸다. 환자 뱃속에 의료용 풍선을 넣은 후 바로스타트라는 기구로 통증 정도를 측정해보면 정상인과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내장감각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금새 알 수 있다. 아주 작은 부피나 압력에서도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들은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 뇌와 장 사이의 원활하지 못한 관계?
장의 운동과 분비, 혈류조절 기능을 侍聆求?중추신경계의 감각 처리기능에 이상이 생겨 장 운동에도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중추신경계 활동이 적은 수면 중에는 과민성 장 증후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를 입증한다.
- 남녀 차는 호르몬과 스트레스 때문
과민성 장 증후군이 여자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확하지 않으나 의학자들은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오영교수는 “여성은 월경 직전이나 월경 중 이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다”고 말했다.
- 왜 스트레스에 다르게 반응하나
스트레스에 여성은 훨씬 민감하다. 이혼, 이사, 전직, 성희롱 등 때문에 생기는 만성 스트레스는 과민성 장 증후군의 발병과 악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교수는 “남자와 여자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달라서 남자는 적극적, 전향적으로 반응하지만, 여자는 소극적, 수동적으로 반응한다”면서 “이런 반응의 차이는 스트레스 받을 때 여성의 민감도를 높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우울, 불안 등의 증세도 잘 동반하는 데, 이런 정신적 증세는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 과민성장증후군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미국에서 과민성 장증후군은 감기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하는 결근 원인이다. 이 증후군 환자의 40%는 증상이 매우 잦고 정도가 심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수면생활이나 성생활의 질 역시 낮다.
삶의 질을 수치로 나타낸 한 연구에 따르면 과민성 장 증후군은 당뇨 환자와 같은 수준이었다. 말기 신부전 환자보다는 높았지만, 위 식도 역류 질환을 가진 환자보다는 낮았다.
이 교수는 “정확한 통계는 부족하나, 우리나라 소화기 내과에서도 과민성 장 증후군은 위염 및 십이지장염, 위궤양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병”이라고 말했다.
- 변비형이냐 설사형이냐 치료 달라
과민성 장 증후군의 치료 목표는 괴로운 증세를 더는 것이다. 치료법은 약물, 운동, 식이, 심리요법까지 다양하다. 또 변비형이냐, 설사형이냐는 치료법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특히 변비형에는 충분한 수분과 식이섬유의 섭취가 중요하다. 이 교수는 “섬유소 섭취가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게 반드시 좋은지에 대해선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변의 부피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장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고, 배변을 쉽게 한다는 점에서 권장된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는 특정 음식을 먹을 때 이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제품 초콜릿 카페인 알코올 같은 것들이 이런 식품들이다. 또 발효 식품인 강낭콩 양배추 브로콜리 등도 복부팽만감이나 가스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세로토닌 수용체와 관련된 여러가지 약물들이 개발돼 설사나 변비 등 배변 증세 개선뿐 아니라 복부 팽만감, 통증 등 기능개선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신심리요법 최면 요법 이완요법 등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게 흠이다.
yjsong@hk.co.kr
■ 변비약 남용땐 장 무력증에 빠져
변비가 심할 경우 자극성 하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극성 하제는 처음엔 적은 용량에도 바로 배변하지만, 반복적으로 복용하다 보면 내성이 생겨 나중에는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 또 자주 하제를 복용하다 보면 정상적인 대장운동을 할 수 없게 돼 장무력증에 빠지게 된다.
자극성 하제는 이처럼 내성 때문에 오히려 장의 연동운동을 약화시키고, 배변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 최근 다이어트 식품으로 팔리고 있는 일부 건강식품에도 자극성 하제가 함유돼 있으므로 신중하게 복용해야 한다.
이오영 한양대병원 내과 교수
■ 변비 막으려면 식이섬유·물 함게 섬취를
흔히 변비를 예방하려면 김치 고사리 콩나물 같은 채소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데 들어있는 섬유소는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섬유소로 거칠고 질기기만 할 뿐 실제로 변비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와달리 과일 해조류 등에 들어있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배변을 쉽게 하도록 도와준다. 불용성 식이섬유중에서도 양상추 당근 오이에는 수분이 많이 들어있어 변의 양을 늘리고 대장운동을 활발히 하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식이섬유 자체가 변비를 예방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식이섬유 섭취량만 늘리고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오히려 변을 딱딱하게 만들어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동근 한솔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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