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투의 최대 고비였던 지하철 파업이 노조측의 백기투항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노조가 23, 24일 각각 파업철회를 선언한데 이어 부산지하철 노사도 직권중재 회부 하루만인 24일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21일 시작된 4대 도시 5개 지하철의 연대파업은 대구지하철을 제외하고 4일만에 모두 조기종결됐다.
지하철 사상 최대규모의 연대파업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고 향후 노정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됐지만 노조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하철노조는 물론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잃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조는 법정 근무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10% 줄이면서 인원을 20∼30% 늘리고 임금도 10% 이상 인상할 것을 요구, 대부분의 시민들은 "수천억원의 빚을 진 적자지하철에게는 무리한 내용"이라는 반응을 보여 왔다. 더구나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파업 이틀 전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연장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양보안도 내놓지 않는 등 경직된 자세로 일관, 시민들의 비난을 샀다.
반면 대체인력 확보 등 서울시와 양 공사의 치밀한 사전준비로 파업 효과는 크게 떨어졌다. 결국 사측은 이런 유리한 조건을 바탕으로 노조에 대해 '선 복귀 후 협상'의 강경자세를 유지, 노조 지도부 내 강온파 간 균열을 유발시키면서 파업이 지리멸렬하도록 했다.
지하철 파업종료로 민주노총의 하투는 거의 마무리됐다. 이번 하투는 주 5일제,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난제들이 산적했음에도 정부가 '자율교섭'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별다른 파문 없이 끝났다는 평가다.
보건의료노조 파업이 13일간 진행됐지만 파업 자체가 합법이었고 최종 해결도 자율타결이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현대자동차도 5일만에 무사히 타결됐고 민주노총 연대파업도 조용히 지나갔다. 이에 따라 올해는 '공권력 투입 없는 파업'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이에 따라 향후 노정관계는 발전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지금 남아 있는 문제는 지하철과 LG칼텍스 정유에 대한 직권중재 회부 결정과 이에 따른 형사상 사법처리 정도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잇따른 직권중재 남발과 사법처리 운운 등으로 내부에서 정부 역할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다"며 "8월 초로 예정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으나 일정이 조금 늦어질 뿐 민주노총의 노사정기구 복귀 및 참여라는 큰 틀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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