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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폐광촌에 퍼진 "고마워요 솔롱고스"/'월드비전' 회원 결연아동 방문 동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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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폐광촌에 퍼진 "고마워요 솔롱고스"/'월드비전' 회원 결연아동 방문 동행기

입력
200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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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과 초원의 나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날라이흐 폐광지역. 모서리가 검게 썩어가는 나무 판자를 엉성하게 얽어 만든 사각 건물의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간 심재민(64) 이영희(60)씨 부부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곧 무너져내릴 것 같은 천장과 낡고 허름한 집기는 그렇다 쳐도 8세 소년 잉크테무진의 야윈 몸과 눈병에 걸려 일그러진 눈 때문이다.“아이 아버지는 두 아이와 아내를 버려두고 집을 나갔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이들 결혼만 시키면 하면 인생에서 할 일을 대충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잉크테무진을 본 후 마음 속에 숙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누군가 돕지 않으면 저 아이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어요. 힘이 닿는 데까지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습니다.”

심씨 부부는 3년 전부터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해온 소년을 직접보고 싶어 몽골을 찾았다. 미국에 유학간 딸이 있지만 이번 여행은 이 중년부부의 첫 해외 나들이다.

폐광 지역 후원아동 찾아 온 ‘솔롱고스’

날라이흐 지역 주민에게 ‘솔롱고스(한국)’는 매우 낯익은 단어다. 과거 탄광과 가스공장이 있던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정부 소유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생기 넘치던 지역은 황폐해졌고 하루 3,000원 정도의 돈이라도 벌려고 집을 떠나 도시를 떠도는 아이도 많아졌다. 가난으로 가정이 무너지면서 이혼율도 급증했다.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은 불과 40~50년 전까지 이보다 더 쓰린 가난과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이라는 나라였다. ‘무지개의 나라’, 혹은 ‘아침이 맑은 나라’로 불리는 동방의 작은 국가에서 이들을 돕겠다며 2001년부터 후원자로 나선 사람은 무려 2,400명. 지난해 이들로부터 온 고정 후원금은 약 22만달러(약 2억5,000만원)에 달한다.

7월19일부터 일주일간 27명의 한국 후원자들이 편지와 사진으로만 안부를 주고 받던 결연 아동을 위해 날라이흐를 찾았다.

이 중 손자와 함께 몽골을 방문한 여류 사진작가 이모(64)씨는 심각한 중이염 때문에 서울 광진구 광장동 몽골 문화원에 머물며 우리나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결연아동 바크히트벡(12)의 사진을 들고왔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국에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고 발만 동동 구르던 바크히트벡의 어머니는 이씨가 전달한 아들사진을 보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씨는 “아픈 몸을 견뎌가며 한국서 외롭게 치료를 받고 있는 바크히트벡이 그리워할 가족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해줄 예정”이라며 “헤어진 가족 사이를 이어주는 배달부가 되어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남 돕는 일도 때가 있어요”

가장 눈에 띈 참가자는 스위스가 고향인 인진주(58)씨. 외국인이면서도 “어디서 오셨냐”는 호기심 어린 질문마다 “충청북도”라고 웃으며 답하는 인씨는 우리나라에 온지 19년이 지난 ‘반 한국인’이다. 1975년 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았을 때 만난 고아원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꼭 한국에 가서 일해야겠다’고 결심한 지 정확히 10년 만에 우리나라에 와 보육원과 재활원 등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나이가 많다보니 요즘은 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인씨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쪼개 후원하는 아동은 몽골, 방글라데쉬, 인도, 베트남 등 4개국 6명이나 된다.

몽골의 결연아동 아리욘다리(9)가 ‘나는 진주 언니가 너무 보고 싶은데 언니는 내가 보고 싶지 않냐’고 수 차례 ‘러브콜’을 보내 몽골 행을 결심했다.

“자기만을 위해 살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요. 저 아이들은 지금 도움을 받지 않으면 너무 늦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IMF 외환위기 때 일자리를 잃어 아동 후원을 잠시 멈춰야 했어요. 아이들이 도움을 필요한 때가 있듯이 도울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남을 도와야죠”

우물 만들고 학교 짓고…계속되는 변화

결연아동의 집을 방문한 다음날 한국 후원자들은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아이들과 일일 캠프를 가졌다. 22일에는 집 없는 사람을 위해 ‘게르(몽골 전통가옥)’를 직접 짓고 월드비전에서 지은 유치원과 지역 주민의 울타리에 페인트 칠하는 작업도 했다.

딸 김세희씨의 21살 생일을 기념해 이번 여행에 참석했다는 류정수(42)씨는 “몽골 아이들을 보니 어릴 때 친구들과 이름모를 후원자가 보낸 선물에 감격하고 ‘아이스케키’를 나눠먹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며 “이제는 우리가 받은 만큼을 다른 나라에 돌려줘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자녀 및 남편과 함께 몽골을 찾은 윤수경(46)씨는 몽골을 포함해 에디오피아, 짐바브웨 등 7개 나라에 13명의 아동을 후원한다. “5년 전 TV를 통해 에디오피아가 한국전쟁 당시 20만 달러를 보내며 ‘우리도 전쟁의 아픔을 겪었기에 이 돈을 보낸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번 기회에 80년대에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에게 부모 세대가 겪은 어려움과 함께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후원자들이 월드비전을 통해 해외 결연아동에게 매월 보내는 금액은 한 명당 2만원. 크지 않은 액수지만 이 돈이 모아져 지난해 날라이흐에만 1,140명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우물이 만들어지고 70명의 어린이가 병의 치료를 받고 새 삶을 찾았으며 17명의 주민이 새 집을 얻는 등 큰 변화가 이어졌다.

월드비전 몽골의 워렌 페르디난두스 회장은 “몽골은 인구가 많지 않은 ‘크지만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조금의 관심만으로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곳”라며 “지금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약 12만 명의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날라이흐=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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