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술계가‘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 개념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듯하다. ‘놀이’ 혹은 ‘유희’를 주제로 하는 전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방학을 겨냥한 기획으로 마련한 고육지책이기도 하겠지만, 미술관과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가나아트갤러리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공동주최, 29일 인사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나의 이름은 게임!(My Name is GAME!)’전은 과학기술 발달이 동력이 된 디지털미디어 환경에서의 놀이문화를 상상하는 전시.
미래에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가 사라지고 과학자가 예술가가 되고, 역으로 예술가가 과학자가 된다는 전제에서 지난해 처음 열렸던 사이아트(SciArt)전 ‘10년 후’의 속편으로, 연례행사로 발전했다. 과학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의 접목이다.
과학과 예술이 상상하는 10년 뒤의 모습은? 지난해에는 의ㆍ식ㆍ주 생활상을 그리기 위해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 동원됐으나 올해 전시에는 ‘게임 같은 삶’을 꿈꾼다.
김수정 김지현 이상욱 오창근 등 한국작가들과 볼프강 무엔(독일), 장_자크 비르주(프랑스), 브라이언 크넵(미국), 로미 아큐티브(이스라엘), 후루카 기요시(일본) 등 외국 예술가와 과학자 150여명이 개별 혹은 팀을 이뤄 ‘게임’을 코드로 36점의 작품을 내놓는다.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거나, 마음으로 느끼거나, 직접 참여함으로써 낯선 게임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400여평의 전시장을 신체, 두뇌, 심장, 피부라는 테마로 나누어 꾸민다.
박소연 등의 ‘디지털 고구려’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고구려고분 안악3호분을 디지털 동영상으로 복원, 입체영상으로 보면서 마치 숨은그림 찾기 하듯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작품. 살인현장을 재현하고 관람객이 직접 과학 수사의 원리로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중앙대 과학사진팀의‘범죄의 재구성’도 눈길을 끈다.
흙바닥에서 즐겨 하던 땅 따먹기 놀이를 전시장 바닥에 수평으로 펴놓은 디지털 화면위로 옮긴‘땅따먹기’(김영미 등), 4명이 바둑을 두도록 프로그램화한‘이사회색(異四灰色)’처럼 전통놀이에 대한 재해석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영화 ‘쥬라기 공원’으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크넵의 ‘치유’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바닥면 무늬의 색상과 패턴이 변화하는데 자연의 패턴과 유사하기 때문에 치유 효과를, 장_자크 비르주 등의 ‘알파벳’은 특별한 설명이나 도움 없이 손쉽게 알파벳을 익히는 학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전시는 8월22일까지. (02)736-1020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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