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적으로 견디기 힘든 극기훈련 비슷한 정장(政場)이요, 전투장이다."(정청래) "지난 40일은 민주노조 운동에 헌신한 20년 가까운 세월보다 인내하기 힘든 시간이었다."(단병호)17대 첫 임시국회가 끝난 지금, '의욕'과 '현실' 사이에서 좌충우돌했던 초선 의원들의 소회다. 대다수 초선은 "생각 이상으로 바쁘고 힘들었다"는 토로와 함께 "실망도 많았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의 정청래 의원은 최근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띄운 '초선 의원 견습기'에서 "상임위가 열린 3일간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컵 라면으로 때우는 강행군이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의원들이) 각자 소신을 눈치보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낸다"면서 "음식점에서 술 한잔 기울일 때도 손바닥의 지문이 닳아 없어지는 일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달라진 의정 풍경을 소개했다.
교수출신인 같은 당 이은영 의원도 "내 평생에 가장 바쁘고 일을 많이 했던 시기"라며 "학교에서는 혼자 연구만 하면 됐지만, 이젠 혼자 하는 시간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최근 한 인터넷신문의 기고문에서 "첫 대정부 질문 때 어느 질문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15분을 재는 탁상시계가 마치 '시한폭탄'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단 의원은 또 "우리는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조차 찾기 어려웠던데 반해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며 원내 첫 진출 정당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구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유도 모르면서 10시간씩 본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려야 하는 등 양당 교섭단체 위주의 국회운영에 당해야만 했다" "쓸데 없는 질문으로 자기 차례를 메우는 모습도 많았다" "여야 의원들 간 대화와 토론의 장이 거의 없어 여야간 장벽을 실감했다"는 지적들이었다. 초선들에게는 넘어야 할 낡은 관행의 벽이 아직 높아 보이는 듯 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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