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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노인복지관 '1기 부부클럽' 참가 김은수-김군자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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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노인복지관 '1기 부부클럽' 참가 김은수-김군자씨 부부

입력
200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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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금슬은 행복한 노후를 위한 가장 든든한 보험이라고 합니다. 자식들이 하나 둘 독립한 뒤 직장마저 은퇴하고 나면 단촐한 삶을 유일하게 지켜주는 것이 반려자이기 때문이지요.하지만 최근 노부부가 불화 때문에 살인까지 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경제력과 건강은 약해지는 반면 권위의식은 강해지면서 폭력으로 가정을 통제하려는 심리에서 발생한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제 노년의 부부관계를 다시 생각해봐야할 시점이 된 것 아닐까요.

여기,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지난 봄 열심히 땀흘린 커플이 있습니다. 금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실시한 ‘제 1기 부부클럽’에 참가했던 김은수(70) 김군자(66)씨 부부는 “40년의 결혼생활중 요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남편 김은수 우리 세대에 낯간지럽게 왠 부부클럽이란 느낌이 들어 별로 달갑진 않았지. 근데 집사람이 신청했다기에 뭔 얘기하나 들어나 보자 싶어 갔어요.

부인 김군자 특별히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이 양반은 워낙 무뚝뚝한데다 말을 안해. 옛날부터 ‘파쇼’였어요. 젊었을 때는 시부모님 모시고 애들 넷 키우며 사는데 남편은 밤낮 밖으로만 돌면서 늦게 들어오고…. 좀 일찍 들어와도 잔뜩 술에 취해 도무지 말상대가 없었죠.

남편 젊어서부터 내 말 한마디에 사람 목이 왔다갔다 하는 공장장을 지내다보니 신중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여 술도 많이 마시게 되더라고. 집에 오면 말하기도 싫고…. 또 부모님 모시고 있어 애정표현도 조심스러웠지. 애들 크고난 뒤엔 괜히 쑥스러워 관두고. 집 사람이 고생 많았지.

부인 요즘은 황혼이혼도 하잖아요. 나도 순간 순간 왜 사나 싶을 때 많았어요. 2남2녀인데 딸들은 아직 결혼 안했어요. 아무래도 아버지 영향이 있는 것 같아. 첫째는 올해 박사학위 받았는데 가끔 이야기 해보면 “내가 뭐하러 남자 시중들고 굽신거리며 사느냐”고 해요.

남편 부부클럽 하면서 참 많이 배웠어요. 우리 때야 (부부관계란) 그저 밥이나 먹고 얼굴이나 한번 보면 그만인 줄 알았지. 그런데 강사가 자꾸 말을 하라고 시키더라구요. 사랑한다고 하고, 껴안아라, 손잡아라, 하니까 영 어색하고 쑥스러운 데 그래도 자꾸 해보면서 공감이 가더라구. 다 아는 이야기지만 사실 실천이 중요한 거잖아.

부인 부부클럽에서 평생 처음 남편한테서 편지를 받았어요. 강사가 시켰죠.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참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은 게 좋더라구요. 깊이 보관해뒀지. 두고 두고 꺼내보려고. 부부클럽을 통해 서로 이해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운 것 같아요. 결국은 내 옆에 가장 오래 있어줄 사람이잖아.

남편 부부클럽 하고나서 집사람이 그 전보다 상냥해진게 큰 소득이예요.

부인 남편이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뭘 물어봐도, 어디 가자고 말해도 대답도 안했어요. 속 터졌죠. 무슨 말을 하면 ‘뭘 안다고 그러냐’며 타박하고 사람 무시하기 일쑤였구요. 그런데 지금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대답도 긍정적으로 해요. 훨씬 대하기가 편해지고 가깝게 느껴져요.

남편 평생 어디 단 둘이 놀러가거나 한 적이 없어. 올해는 어디 계곡 유원지라도 갔다오려고 해요. 부부간에도 자꾸 표현해야한다고 하잖아. 이젠 애들도 다 독립하고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둘만 단촐하게 남았으니 그간 못한 만큼 잘 해줘야지.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부부클럽'에 참가하세요

’부부클럽’은 노년기 부부의 갈등해소를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이 지난 3월 처음 실시, 큰 호응을 얻었답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 신뢰하고 의지해야 하는데 어르신 세대엔 직장이나 사회생활에 치여서 가족은 늘 뒷전이다 보니 부부간 갈등이 많았죠. 갈등을 그때그때 풀지못하고 쌓아두다보면 뒤늦게 황혼이혼으로 곪아터지는 경우도 많아요.

부부클럽은 이런 문제를 본인들 스스로 지혜롭게 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해요. 참가자들은 심리테스트를 통해 배우자와 자신의 성향을 알아보고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역할극을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부부문제를 바라보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또 그림을 통해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아픔이나 미움을 드러내고 연애시절로 되돌아가 상대방에 대한 맹세와 프로포즈를 다시 해보는 시간도 마련되지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금례(교육학 박사)씨는 “부부갈등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배우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존심의 상처”라면서 “가부장제 가정에서 부부 평등을 중시하는 현대적 가정으로 변화하는 시기라 노인세대들이 특히 큰 혼란을 느끼고있다”고 말합니다.

평소 부부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어른들 계시죠? 마침 금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제 2기 부부클럽 참가자를 모집해요. 8월20일부터 8주간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강의가 있구요, 선착순 9쌍만 참가할 수 있다니 서두르세요. (02)804-4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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