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10차례에 걸친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를 통해 용산기지 이전의 큰 틀에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10년 넘게 양국 간 갈등의 재료가 됐던 골칫거리를 없애고 '미군기지 없는 서울 도심'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엄청난 이전비용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어 앞길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1990년 체결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의 일부 독소조항을 개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청구권과 영업손실보상 항목을 아예 없앴고 이사비용 현금지급 방식을 용역제공으로 바꿨으며 건축기준은 미 국방부 방식으로 개선해 비용을 낮췄다.
그러나 앞으로 실제 이전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대규모 군사시설 조성을 2∼3년 안에 끝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토지수용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양국이 합의한 대로 2007년까지 용산기지를 이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30억∼50억 달러(약 3조6,000억∼6조원)의 기지 이전비용도 뜨거운 쟁점이다. 국방부는 일단 정확한 비용은 기지 이전을 위한 종합이전계획서(마스터플랜)가 나온 후에나 산정이 가능하다며 비용에 대한 조기 이슈화를 피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63명이 이전비용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 향후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의 국회 비준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용산기지의 환경오염 복구비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시 주민들의 이주정착비 및 보상금 등이 빠져 있어 정부추산보다 몇 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는데 대해 국방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기지이전을 먼저 요구한 측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90년 합의 당시 이미 이전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만큼 이 같은 '기본전제'를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에서는 "미국의 군사적 판단에 따른 이전인 만큼 우리가 일방적으로 부담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대체부지 면적에 국방부는 만족한다고 밝혔으나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국방부는 1월 배포한 자료에서 "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 이전으로 인한 추가 부지제공은 없다"고 못박았으나 결국 미국의 주장을 수용, 당초 합의했던 312만평에다 37만평을 추가로 제공키로 했다. 또 정부는 주한미군 감군계획을 용산지기 이전협상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 수정된 독소조항
한미 양국은 1990년 합의된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체하게 될 포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를 완성했다. 이번 MOA와 MOU는 한국에게 불리했던 기존 독소조항을 대폭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우선 주한미군사령부의 고용인 등 기지이전에 따른 손해 당사자들이 어떠한 형태의 청구를 제기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보상책임을 떠맡도록 한 청구권 규정이 UA에서는 삭제됐다. UA는 청구권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기지이전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들이 소송절차를 밟도록 했다. 한국이 이전기간 발생하는 복지·휴양활동 관련 수입 및 투자분 손실에 대해 금전보상을 제공토록 한 영업손실 조항도 폐지됐다.
시설과 용역 외에 미처 예상치 못한 비용요인이 발생하면 한국측이 부담토록 돼있었던 기타비용도 개선됐다. 새로운 UA에는 미군에 의해 소요가 제기되면 양국의 공동검증과정을 거쳐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기타비용으로 간주케 했다.
오산·평택 일대에 들어설 시설의 건축기준과 관련해 90년 MOA는 '미국 표준'을 적용토록 하고있으나 이번에 '미 국방부 기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사 비용의 경우 한국이 현금 대신 이사용역 업체를 선정해 업무를 대행토록 했으며, 환경오염 복구와 관련해서는 개정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을 준용토록 했다.
기존 합의서가 국회 비준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헌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이번에 사실상 합의된 UA는 비준을 거치고 IA도 국회에 보고해 검증을 받기로 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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