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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첫 여성 대법관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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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첫 여성 대법관을 기다리며

입력
2004.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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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제헌헌법 공포 이래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탄생할 전망이다. 최종영 대법원장은 여성인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김 대법관 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국회 동의까지 무난히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김 후보는 뛰어난 실무능력에 여성의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어 여성과 소수자 보호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하고 있다.사법부는 이번 여성 대법관 추천을 통해, 권위적·폐쇄적이라는 고루한 이미지에서 한 발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첫 여성 대법관'이라는 양성 평등을 향한 전진적 의미 외에도, 사법부가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에 한층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지금까지 김 후보가 내린 판결들이 이를 말해 준다. 그는 2002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구속자들의 '국정원으로부터 접견교통권을 침해당했다'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300만∼5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집단 따돌림을 당한 학생을 적극 보호하는 판결로 교육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이번 대법관 추천은 또한 '아래로부터의 개혁 요구'를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젊은 판사의 연판장 사태를 통해 알려진 대법관 제청제도 개혁 요구에는 폐쇄적 제청절차를 합리화하자는 주장이 들어 있었다. 기수와 서열 위주의 인사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개혁 요구가 반영되는 구체적 성과로 볼 수 있다. 근래 정치·사회문제를 둘러싼 보수·진보 세력 간의 갈등이 점차 첨예화하면서, 최종 판단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기대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법정에서 여성과 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예리하고 섬세하게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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