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미군기지 이전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23일. 기지 이전 대상지역인 경기 평택시 주민들은 협상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더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특히 25만평이 수용되는 평택시 미군 험프리(K-6)기지 주변 팽성읍 대추리 마을은 이날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상당수 주민들은 외교통상부 앞에서 열리고 있는 '미군기지확장이전 반대시위' 참가차 상경한 상태. 이장 김지태(44·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씨는 "평생 농사만 지어온 이곳 토박이들은 40년 전에도 미군기지를 짓는다고 강제로 쫓겨났는데, 이제 이곳을 떠나 다시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정부의 강제적인 토지수용을 거부하는 투쟁을 강력히 펼치겠다"고 말했다.
40년째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왔다는 김순득(66·여)씨는 "원래 갯벌이던 기지 주변의 땅이 문전옥답으로 변한 것은 오직 이곳 주민들이 피땀 흘려 개간한 결과"라며 "보상 한푼 없이 이런 옥토를 미군기지로 만들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시민단체들의 분위기도 험악하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이은우 사무국장은 "팽성읍 등 수용대상 지역 주민들을 규합해 앞으로 대규모 집회, 릴레이식 반대투쟁 등 다각적인 투쟁을 펼치겠다" 고 말했다.
반면 '제2의 미군특수붐'의 기대에 부푼 기지 인근 상인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송탄관광특구연합회 이종철 회장(53)은 "서정동, 신장동 등 2,600여개 상점으로 이뤄진 기존의 송탄지역 상권은 미군기지 확장으로 더욱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며 "양국의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절차에 따라 조속히 기지이전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택=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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