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맛집 산책-용인 한정식집 '산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맛집 산책-용인 한정식집 '산정'

입력
2004.07.24 00:00
0 0

흔히 한정식 하면 푸짐하게 한 상 가득 차려 놓은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원래 한정식은 정갈하고 깔끔한 이미지에 더 가깝다. 음식 하나, 반찬 하나에도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과 솜씨가 담겨 있어서다.경기 용인시 수지도서관 앞에 있는 한정식 전문점‘산정’은 메뉴판 맨 앞장에 ‘우리 음식이 가진 정갈함과 품위를 지켜나가고자 합니다’라고 써놓고 문구 그대로의 음식을 내놓는다.

이 집 정식은 코스로 나온다. 죽과 물김치부터 시작, 야채샐러드 잡채 탕평채 전 제육보쌈 표고버섯탕수 등이 마치 양식당의 코스 메뉴처럼 한 두 가지씩 차례로 식탁에 오른다.

맨 처음 나오는 죽은 이 집 안주인 안명숙씨가 특히 신경쓰는 음식. 한 술 떠 먹어 보면 전에 못보던 맛이다. 물어보니 ‘녹두죽’이라 한다.

비싸도 국산 녹두만을 사다가 중불에 서서히 오래 끓여내 맛이 깊고 진하다. 센불에서 후루룩 쑨 죽과는 여실히 다르다. ‘처음 죽 맛이 전체 음식 맛을 좌우한다’는 믿음 때문에 안씨는 죽 조리를 절대 남의 손에 맡기지도 않는다.

나박김치의 새콤하면서도 깔끔한 국물로 목을 축인 뒤 나오는 야채샐러드는 보기부터 파릇파릇하다. 야채에 뿌려진 소스도 이 집의 전매특허인 키위소스. 상큼함이 샐러드 맛을 살려 줘서인지 여자 손님들이 특히 좋아한다.

잡채와 탕평채는 이 집 음식의 정갈함과 남다른 솜씨를 여실히 확인시켜 준다. 흔히 어느 식당에서나 접할 수 있는 메뉴이지만 느낌 또한 다르다. 가지런히 담겨진 잡채는 땟깔이 진한데 집에서 해먹는 잡채와는 조리 방식이 다르다.

간을 맞춘 뒤 잡채를 삶아 내고 다시 볶아내 한참 있다 먹어도 당면이 여전히 쫄깃하다. 청포묵을 가늘게 채썰어 참기름에 묻혀 낸 탕평채는 위에 얹어진 호박껍질과 계란 고명이 맛깔스러워 퍽 감각적이다.

음식을 담은 그릇에도 눈이 간다. 좀 예술적이다 싶어 자세히 보니 이천도자기가 많다. 음식을 담는 그릇도 맛의 일부라는 고집 때문이다.

표고버섯을 탕수육처럼 튀겨내는 표고버섯탕수는 가장 인기높다. 표고버섯이 워낙 몸에 좋은 웰빙메뉴인데다 새콤달콤한 탕수 소스가 얹어지니 손님들이 특히 좋아한다.

식초에 절인 무를 전병삼아 소고기와 표고 당근 계란 등 8가지 재료를 채썰어 조금씩 얹어 말아낸 구절판(사진)은 정갈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돼지고기를 적당히 삶아 가지런히 담아낸 제육보쌈도 정성과 솜씨가 배어난다.

식사 때는 조기와 된장찌개, 깍두기 멸치 깻잎 오이지 콩나물 등 반찬들이 한상 가득 올라온다.

“남편이 워낙 집에 사람을 초대하기를 좋아해 뒷바라지가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음식 솜씨에 큰 도움이 됐다”는 안씨의 말처럼 이 집 음식은 특별한 메뉴나 특징을 내세우기보다 우리 요리에 충실하다.

메뉴에 덧붙여 적혀 있는 ‘신선한 재료와 고유의 맛을 살린다’는 표현 그대로다. 안씨의 딸이 프로골퍼 박유진양이어서 손님 중에 유명 골퍼와 골프 관계자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박원식기자

●메뉴와 가격/ 매화정식 1만원(점심 특선). 여기에 낚지볶음과 너비아니가 더해지는 난초정식 1만5,000원. 장어구이, 생선회 대합구이 대하찜 갈비찜 등이 추가되는 정식은 2만5,000원부터. 해물파전 삼합 등 일품요리는 1만원부터. 식사 메뉴로 콩국수 5,000원, 보쌈정식 7,000원. 삼계탕 9,000원. 갈비찜 정식 1만2,000원.

●영업시간 및 휴일/ 밤10시까지, 명절만 쉰다.

●규모 및 주차/ 테이블 17개, 룸 2개. 지하 주차장이 넉넉하지 않지만 인근 주차장 이용.

●찾아가는 길/ 수지출장소 정거장에 내려 수지도서관 바로 앞 혜명빌딩 2층

●연락처/(031)266-1665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