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에 '길위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소설가 이순원(46)씨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주례를 서게 될 모양이다.'주례 사절'은 그가 자신과 맺은 두 가지 약속 가운데 하나. 그는 소설가로서의 삶이 신성한 혼주례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그 이유라는 게 작가의 숫저운 겸손인 셈인데, 적잖은 청들을 여태 거절해온 것을 보면 그 결심이 여간 굳은 게 아니었던가 보다. 그 굳은 금도의 결심이 흔들린 사연이란.
그에게는 '조직'에서 '주먹들'을 관리하는 꽤 높은 '주먹'인 40줄의 제자가 있다. 제자의 재능이야 두고 볼 일이지만, 문학에 대한 열성만큼은 예사롭지 않다는 게 그의 평. 그런데 문제는 그 제자가 아이 셋을 둘 때까지 아내와 결혼식을 안 올렸다는 것. 근래 그 아내의 면사포 콤플렉스가 병증의 수준으로 깊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자 "선생님이 주례를 안 서시면 (결혼식) 안한다"며 '주먹'의 고집으로 스승에게 맞서왔다는 것. 이순원씨는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더라. 하릴없이 승낙을 하고 말았다"며 웃었다.
그가 자신과 약속한 다른 하나는 산문집을 안 내겠다는 것인데, 산문의 소재야 소설로 쓰면 되니, 산문집은 시인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또 다른 그의 겸양이다. 모를 일이긴 하나 남은 날이 새털 같고, 누구 못지않게 산문의 소재가 풍성한 삶을 산 그이고 보면 이 금도 역시 깨질 공산이 크다는 게 중평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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