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업종, 규모, 고용 형태, 소득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그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켜 조그만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게 만들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기반 자체의 훼손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적, 이념적 양극화로 중병을 앓고 있는 터에 계층간 갈등 및 위화감을 증폭시켜 사회 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 양극화 원인과 정책 과제' 보고서는 양극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1·4분기 경제성장에서 수출의 기여도는 105%인 반면 내수는 마이너스 5%다. 2002년에는 내수 비중이 컸었다. 중화학과 경공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간격도 더 벌어졌다. 급여도 양극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큰 데다, 기업 규모별 차이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득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일부 남미 국가와 같이 위기가 반복되는 경제 구조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러다가는 우리 사회가 최상위층 10%와 하위층 90%의 '10대 90 사회'로 고착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문제는 당장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양극화 심화는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의 차이 등으로 경제적 성과가 고르게 퍼지지 않고 양 극단으로 분화했기 때문이다. 아랫목은 펄펄 끓는데 윗목의 냉기는 가시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은은 성장 촉진형 재분배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실행이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우등생'이라고 불렸던 우리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성장이냐 분배냐, 시장이냐 개혁이냐의 논쟁에 매몰될 경우 경제는 아주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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