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채권단이 23일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를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란싱그룹과의 매각 협상 결렬 등으로 난항을 겪어온 쌍용차의 주인 찾기가 이번에는 마무리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히 중국 최대 자동차 국영 기업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인 GM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하게 될 경우 국내 자동차 시장 및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 GM과 합작사 운영
쌍용차 채권단은 이날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쌍용차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상하이자동차와 미국계 전략적 투자자가 포함된 연기금펀드 등을 대상으로 평가작업을 실시한 결과, 상하이자동차가 최고 점수를 얻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특히 상하이자동차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매각 대금의 5% 정도를 이행보증금으로 받아 란싱그룹과의 매각 협상에서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상하이자동차는 해마다 30∼4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최대 자동차 국영기업으로, 폴크스바겐 및 GM과 각각 합작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과 제휴해 설립한 중국 현지 합작법인인 상하이폴크스바겐은 중국 자동차 생산·판매대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지난해의 경우 117억43만3,000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외형 성장률이 36.7%에 달했다. 올해 생산목표는 100만대.
국내 자동차시장 양분 가능성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인수가 '윈윈' 게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레저용차량(RV) 전문업체로서의 위치를 굳히고 있는 쌍용차 인수를 통해 중국에서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RV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쌍용차도 상하이자동차의 자본을 바탕으로 조기 워크아웃 졸업 및 향후 중국시장 진출에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상하이자동차가 중국 현지에서 GM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GM대우와 쌍용차의 직·간접적 협력을 통한 국내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도 점쳐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현대·기아차와 GM대우·쌍용차의 양대 구도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기업이 상하이GM이 아니라 상하이자동차라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을 과대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상하이자동차가 제시한 매각대금은 당초 란싱이 제시한 액수보다 다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쌍용차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또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으로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가 이전될 경우 중국과의 자동차 산업 기술 격차가 더 빨리 좁혀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