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강원 인제의 낮 최고 기온은 32.9도인 반면, 속초는 37.1도까지 올라가는 등 최근 기온의 '동고서저(東高西低)'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습기를 포함한 바람이 산맥을 넘어가면서 고온건조해져 반대 사면의 기온을 높이는 푄(독일어로 서풍) 현상 때문이다.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8일 장마가 끝난 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남서풍이 불어 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일 백두대간 서쪽인 인제의 낮 기온이 28.3도에 머문 데 비해 강릉은 32.3도까지 치솟았다.
분지인 밀양이 21일 이후 연일 37도 안팎의 전국 최고기온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람이 주위 산에 부딪히면서 생긴 푄 현상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강화가 겹친 것이다. 23일 들어 푄 현상을 일으킨 남서풍은 약해졌지만 그 동안 고온으로 대지가 가열돼 있어 기온의 동고서저가 지속되고 있다.
푄 현상은 산맥에 부딪힌 바람이 상승할 때 100m당 0.5도씩 기온이 떨어지다 내려올 때는 100m당 1도씩 기온이 올라가면서 생긴다. 기류 상승 시 기온 하락폭이 기류 하강 시 기온 상승폭보다 더 큰 것은 습한 바람이 산맥에 부딪혀 올라갈 때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열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한편 23일 밀양 38도, 남해 37.7도, 대구 36.1도 등 전국 대부분 지방이 올 여름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이날 폭염으로 강릉에서는 박모(50)씨가 일사병으로 쓰러져 숨지고, 남원 등 곳곳에서 가축이 폐사했다. 고속철도(KTX) 천안―대전 구간은 레일온도가 치솟아 속도를 낮춰 운행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은 24∼26일 약간의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겠으나, 남부지방의 무더위는 계속되겠다"고 예보했다. 28일부터는 중부지방에도 다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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