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조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는 테러위협을 사전에 알지 못한 정보기관들의 난맥상과 정부관리들의 인식부족을 지적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보고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테러의 책임을 직접 묻지는 않았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책임 당사자로 지목하기에는 수집된 테러 위협이 불명확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했거나 응당 했어야 할 사전조치를 제대로 취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조사위의 입장이다. 비행훈련에 관심을 보였던 자카리아스 무사위를 연방수사국(FBI)이 테러발생 한달 전인 2001년 8월 체포하고도 그의 행적을 조사하지 않은 것이나, 중앙정보국(CIA)이 여객기 납치범 2명의 이름을 확보하고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려놓지 않은 것 등이 그것이다. 조사위는 테러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10번 있었으나 부시 정부가 6번, 클린턴 정부가 4번 놓쳤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관리들의) 상상력이 부족했다"고 질타한 것도 알 카에다가 수없이 경고한 테러위협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지적한 표현이다. 법적 판단을 피해가기 위해 '상상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내심으로는 관리들의 인식에 일대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한 것이다. 토머스 킨 조사위 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만난 모든 전문가들은 더 큰 공격이 가능하며 틀림없이 일어난다고 밝혔다"면서 "시간의 사치를 가질 여유가 없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사위는 권고안에서 10여개 이상으로 난립해 있는 정보기관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대 테러센터의 설립과 상원이 인준하는 정보총수의 임명을 주문했다. 영역다툼으로까지 비치고 있는 정보기관들간 불협화음을 쇄신하기 위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은 이날 보고서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부시 대통령은 보고서가 "매우 건설적"이라며 정보·안보 기관의 개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반면 케리 의원은 "부시 정부의 지도력 부재를 입증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케리 의원은 디트로이트에서 "보고서는 정보기관의 개혁이 너무 지체되고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양당 지도자들과 기관장들간의 '비상안보 총수회의'를 소집해 필요한 행정개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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