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달라진 정부와 국회, 정당, 그리고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다음달 12일 부임하는 크리스토퍼 힐(52) 주한 미 대사 내정자는 22일 "이미 원스톱쇼핑이 가능하지 않게 된 다원주의 사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격식을 차리지 않고 한국 사람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미 국무부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40여분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동안 힐 대사 내정자는 한미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한국의 반미감정과 한미 동맹 등에 대한 쏟아지는 질문을 "아직 정식 주한 대사가 아니다"는 대답으로 막았다.
미국의 대선결과와 관계없이 미국 정부의 대한 정책은 지속적이고 변함없이 진지하게 계속될 것이라는 답변이 그가 한 '정치적 발언'의 전부였다.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두 나라가 어떻게 협력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는 서울 부임 후로 미뤄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1985년부터 3년간의 한국 근무를 떠올리고 새로 찾게 되는 한국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대목에선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최루탄이 넘치던 80년대 한국 근무시절을 자신에게 "매우 중요하고 감동적인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그 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한 한국으로 돌아가게 돼 더 없이 기쁘다고도 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한국에 가면 가장 먼저 고찰과 역사 유적지를 찾고 싶다. 대사로서 아주 바쁘겠지만 문화행사에도 참석하고 싶다. 인터넷을 보니 교향악단의 수준이 높아졌더라."
테니스를 즐긴다는 힐 대사 내정자는 "가끔 사무실을 벗어나 스키도 타고 골프도 배우려 한다"며 "한국 친구들이 많이 도와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포부도 피력했다. 그는 "모든 상이한 관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사고, 불만을 알아볼 것"이라며 "불화와 불일치는 경우에 따라 오해 때문에 생기는 것인 만큼 정말 불일치하는 곳이 어딘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대사 내정자는 사실 유럽통이다. 직전까지 폴란드 대사로 일했으며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코소보 근무가 그의 외교관 경력을 채우고 있다.
주 폴란드 대사시절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위한 연설 준비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폴란드의 이라크 파병을 끌어냄으로써 백악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 대사 내정자는 부인 패트리셔와 한국 근무 중 낳았다 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표현한 둘째딸 클라라(17)와 함께 부임할 예정이다.
그는 딸에게 태어난 곳에서 다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장남 내더니얼(23)은 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워싱턴에서 일하고 맏딸 에밀리아(20)는 보스턴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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