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충무로가 ‘미는’ 장르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최근 몇 년 그래왔듯이) 호러이고, 또 하나는 청춘영화다. 청소년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7월 말, 극장가에 세 편의 청춘영화가 맞붙었다.‘늑대의 유혹’과 ‘그놈은 멋있었다’ 그리고 ‘돌려차기’. 이 영화들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20세기 틴에이저 영화에서처럼 일말의 리얼리티 같은 걸 찾으려 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대신 그 빈틈을 채우는 건 장르와 스타일과 디테일, 그리고 인터넷 소설이라는 트렌드다. 그리고 세 편 모두 남자주인공들에게서 애정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첫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늑대의 유혹’. 귀여니의 원작을 바탕으로 강동원 조한선이라는 꽃미남 두 명을 내세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공들인 화면이다(영화 초반부 액션 신에 등장하는 자막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영화가 액션만 폼 나게 찍고, 나머지 장면엔 심하도록 힘을 빼는 경향이 있는데, ‘늑대의 유혹’은 액션뿐만 아니라,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깔끔함이 있다.
내심 불안했던 신인급 주연진들은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여주고, 여배우 이청아의 순진하면서도 능숙한 연기는 두 남자의 시소 러브게임을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탄탄한 지렛대다. 장르 요소로 분석하자면, 멜로 5, 액션 3, 코미디 2. 심하게 꽃스러운 강동원의 모습은 ‘어린 신부’의 문근영 같은 신드롬을 일으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그놈은 멋있었다’ 역시 귀여니의 소설을 화면으로 옮겼다. 여기서 ‘옮겼다’는 표현이 꽤 적절한 건, 그 만화적 표현방식 때문이다. 담을 넘는 정다빈은 공중에 둥둥 떠 있고, 화면을 떠도는 문자는 그녀의 목을 조른다.
과장된 음악이나 다소 거친 대사 그리고 관객에게 급격한 감정변화를 요구하는 출생의 비밀 등은, 10대를 넘어간 관객들에겐 조금은 버거운 상대. 하지만 이 영화의 미덕은 ‘절라’ 유치하기에 즐거운 그 세계이며, 망가지기로 작정하고 덤빈 정다빈의 유쾌한 좌충우돌이다. 코미디 4, 액션 4, 멜로 2. 세 명의 카메오 또한 영화의 흥을 돋운다.
‘돌려차기’는 우직하다. 영화가 시작한 지 15분쯤 되면, 이 영화의 스토리가 대강 어떻게 전개될지 대강 감이 잡힌다. 캐릭터 또한 전형적이며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도 꽤나 익숙하다.
어떠한 꼼수보다는 정공법을 택하는 스타일이 보여주듯, ‘돌려차기’는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청춘의 가치관을 상기시킨다. 백절불굴의 의지. 다소 마초스러운 면이 없진 않지만, ‘돌려차기’는 젊음이 왜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코미디 4, 액션 3, 멜로 3. 주연 보는 맛도 좋지만, ‘조연 3인방’인 김태현 전재형 이기우가 없었다면 이 영화 꽤나 퍽퍽할 뻔했다.
김형석/월간스크린 기자
입력시간 : 2004-07-2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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