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구 인생을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싶어 흔쾌히 수락했습니다."1975년 세계 최초로'양성자 방출 단층촬영 장치(PET)'를 개발한 뇌영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조장희(68) 미국 UC어바인(UCI) 교수가 가천의대 '조장희 뇌과학영상연구소'소장을 맡게 됐다.
지난 19일 귀국한 조 교수는 "그동안 여러 국내 대학에서 요청이 있었지만 연구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 같아 거절했는데, 이제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으로 임명되는 등 연구환경이 크게 개선돼 영구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활동의 본거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겨 자기공명영상(MRI)과 PET를 이용한 뇌과학 연구에 여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다.
조 교수는 "내년 상반기에 본격 운영될 뇌과학영상연구소에 세계적인 학자 10명을 영입해 가천의대를 뇌과학 연구개발(R&D)기지로 만들어 미국 록펠러대처럼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뇌과학영상연구소는 뇌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미세한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과 장치를 개발하게 되는데 우선 목표는 MRI와 PET를 합친 영상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PET는 장점이 많지만 가장 미세하게 분간하는 간격이 2.5㎜일 정도로 해상도가 좋지 않은데 비해 MRI는 0.2㎜까지 구분할 수 있어 이 둘을 합치면 더 많은 현상을 보게 돼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이나 파킨슨병 등 뇌질환 치료에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5년간 연봉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그는 "미국에서 받던 연봉 수준"이라며 "나중에 고아원 등에 돈을 기부하더라도 제대로 대우 받는 풍토가 국내에도 마련돼야 과학자들도 더 힘써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칼텍에서는 5년 전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총장으로 앉히는 등 과학이 이제 생명과학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의 이공계 교수들도 정보기술(IT) 연구보다 생명과학을 접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미국에서는'뇌과학을 통한 과학'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모든 학문영역이 뇌과학과 융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UCLA와 UC샌디에이고를 거쳐 1985년부터 UC어바인 방사선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1978∼98년 KAIST와 광주과학기술원 초빙 석좌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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