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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17대국회 달라진 게 있는가

입력
200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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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전을 끝낸 17대 국회는 과연 달라진 게 있는가. 제2의 제헌국회를 표방하는가 하면 국리민복을 챙기는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등 많은 다짐을 한 17대 국회이기에 묻는 것이다. 4·15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사라지면서 여당이 원내과반을 차지하는 정치지형의 변화가 있었고, 재적의원 299명 중 188명이 초선이라는 엄청난 물갈이가 단행됐다. 여성이 39명이나 원내에 들어갔고 386으로 상징되는 젊은 운동권 출신의원들이 대거 제도권에 진입했다. 진보세력의 상징인 민주노동당이 10석 의석의 제3당으로 원내 교두보를 확보, 새로운 실험을 예고하기도 했다. 4·15 총선은 공고한 기득권에 안주했던 의회권력의 교체를 주문했고,17대 국회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 보다 높았다.당선자들은 이 같은 흐름에 부응,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파격적 다짐을 거듭했다. 각 당 역시 이 나라 정치와 국회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처럼 많은 약속을 거듭했다. 여야대표는 회담을 갖고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국운영을 지양하고 민생을 우선 챙기는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공개리에 밝혔고, 의원들은 낡아빠진 국회의 여러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을 스스로 제한하고 의원에게 주어진 각종 특혜를 조정하거나 반납하겠다고 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민의와 따로 놀았던 국회가 비로소 제 구실을 하게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17대 국회는 첫 걸음부터 삐걱 거렸다. 원 구성이 무려 한달이나 지연됐다. 상임위원장 배분과 예결위 상임위화를 둘러싼 힘겨루기 때문이었다. 민생과는 거리가 먼 사안들이다. 주요 상임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는 게 국리민복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예결위 상임위화 문제는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달 여 개점휴업 끝에 겨우 10일간 회의를 열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킨 게 전부다. 총선을 치루느라 미뤄졌던 각종 민생현안은 거의 손도 대지 못했다.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입법과 경기대책 마련에 필요한 조치 등도 제 때 처리되지 않았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게 민생현안을 다뤄야 할 상임위 활동기간은 고작 5일 안팍 이었다. 의원과 장관이 상견례를 하고 현안을 보고 받기에 바빴다.

내용면에서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비난을 자초했고, 수도이전 등 국가적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대정부 질문과 정당의 성명 등에서 나오는 거친 용어는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있자 원구성도 안된 상태에서 국정조사권을 발동했지만 국회가 새로운 사실을 캐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열린우리당은 모처럼 여당이 원내과반을 확보한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고,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만 바라볼 뿐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교섭단체의 벽을 실감해야 했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존재조차 없는 듯 했다. 17대 첫 국회를 결산하는 여야 의원총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우리당은 국민과 당원들이 매기는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고, 한나라당은 스스로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했다.

국회는 한달 여 방학을 한 뒤 다시 국민과 만나게 된다. 8월에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현안을 처리하면 바로 정기국회다. 더도 덜도 없이 스스로 다짐한 것 만이라도 지켜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17대 국회 역시 전과 같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지탄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게 바로 정치개혁의 시작 일 것이다. 그러자면 의원들은 더욱 분발해야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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